보리밭 두 동무 반달문고 26
임어진 지음, 김용철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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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있으면 6.25사변일이다. 내가 어렸을 때에는 6.25사변일에 한국전쟁과 관련된 영화도 보여주고 묵념도 했던 것 같은데, 요즘 우리 아이들 학교에서는 통 그런 행사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아이들이 한국전쟁이 무엇이었는지도, 또 우리가 여전히 휴전 중이라는 사실도 잊고 사는 것 같다.

  <보리밭 두 동무>는 제목이나 책 표지에서 느껴지는 전원생활의 평화로움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이야기다. 결과적으로는 두 가족이 그런 평화를 맞이하게 되지만 그 과정에는 숨은(?) 노력이 개입하게 된다. 어쨌든 이 이야기는 보리밭을 사이에 둔 두 가족의 이야기다. 이 두 가족은 한국전쟁 때 한 쪽은 국군 편에 가담을 했고, 다른 쪽은 북한군 편을 거들다가 서로를 고발하는 통에 두 집안의 가장이 같은 날 죽음을 맞게 되고, 이 일 때문에 철천지원수가 된다. 그런 채로 5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르지만 두 가족은 여전히 화해할 줄을 모른다.   

  그런데 그 때 죽음을 당한 이 두 가족의 할아버지 영혼이 제삿밥을 먹으러 함께 이승에 왔다가 오랜 세월 동안 반목하는 후손들을 안타까워한다. 정작 원수가 되었어야 할 이 두 영혼은 저승의 문에 들어서자마자 화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후손들은 과거의 일 때문에,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수도 없는 시대적인 일 때문에, 아직도 미워하고 싸우고 있는 것이다. 이 미련하고 불쌍한 후손들을 위해 두 영혼은 다시는 제삿밥을 먹으러 올 수 없는 선택을 하면서도 두 가족이 화해할 수 있게 해주고 떠난다는 얘기다.

  제삿날에 영혼이 된 조상이 와서 후손들을 교화시킨다는 설정이 기발하고 재밌으면서도 매우 큰 감동을 주는 이야기였다. 6.25사변일에 맞춰 읽으면서 한국전쟁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도 되새기게 해주며, 과거의 일 때문에 현재도 망치고 미래도 그르칠 수 있는 잘못을 하고 있지는 않나 반성해 볼 수 있는 시간도 되었다. 

  이 책에는 이 이야기 말고도 <편지함>과 <까만 봉지 빈>이 실려 있다. <편지함>은 혼자 살면서 고양이를 돌보는 할머니를 오해를 해서 편지함에다 짓궂은 장난을 하는 아이들 얘기다. 하지만 이 아이들도 할머니의 참 모습을 알고는 금방 잘못을 뉘우친다. 이래서 세상은 살 만한 곳이며 아는 만큼 사랑하고 배려할 수 있음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까만 봉지 빈>은 존재 가치에 대한 이야기다. 다른 생선 봉지에 딸려서 버려진, 그래서 아직 한 번도 봉지로서의 제 구실을 못해 본 까만 봉지가 자신의 존재 가치를 달성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여준다. 나의 존재 가치는 과연 무엇일까? 우리는 무엇으로 세상에 태어난 값을 하고 떠날 것인가를 생각해 보게 하는 글이었다. 

   세 편의 짧고 재밌는 글이었지만 재미 이상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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