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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와 하얀 아이 ㅣ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77
바르브루 린드그렌 지음, 안나 회그룬드 외 그림, 최선경 옮김 / 보림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그림이 간결하면서도 인상적인 그림책이다. 그리고 그림 중에는 어린 아이가 그린 듯이 비뚤빼뚤하게 그린 그림도 있고 크레파스로 칠한 것도 있어서 정감이 있어서 좋다.
따뜻한 그림과 달리 이야기는 다소 엉뚱하다. 처음에는 마치 주인공 펠레가 고릴라 고고의 애완동물처럼 취급받는 듯한 인상이 들었다. 그런데 나중의 이야기를 읽어보니 동물을 보호하자는 말인 것 같다. 그동안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볼 때 항상 인간의 중심에서 생각해 보았는데, 아마도 이 책은 그 관계를 바꿔서 동물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 보자는 말인 것 같다.
이야기의 시작은 펠레가 큰 배의 선장인 아빠를 따라 배를 타고 여행을 하던 중 비바람에 배가 뒤집히는 바람에 섬에 도착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펠레는 그 섬에서 우연히 고릴라 고고를 만난다. 펠레에게 고릴라는 전혀 신기한 동물이 아니었지만, 숲에서 갈색 피부의 아이만 보았던 고고에게 살빛이 흰 펠레는 이상하게 보였다. 하지만 고고는 차츰 펠레를 좋아하게 된다.
펠레도 고고와 함께 사는 것이 좋았다. 고고가 펠레가 배가 고프다고 하면 호두와 오렌지를 갖다 주었고 펠레가 사람 친구와 놀고 싶어 할 때는 갈색 피부의 아이들을 데리고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펠레의 아빠가 나타났다. 배가 뒤집혔을 때 다른 쪽으로 갔던 아빠가 드디어 펠레를 찾아 온 것이다. 펠레가 떠나가게 되자 고고가 너무나 슬퍼한다. 그런 고고를 위해 아빠와 펠레는 고고와 함께 살기로 한다. 가끔씩 배를 타고 집에도 다녀오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런 경우에 보통은 고고를 펠레의 애완동물로 삼기 위해 집에 데려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러지 않았다. 고고가 있는 곳으로 사람들이 다시 찾아온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동물 보호를 말하는 것 같다. 그리고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보면 마치 그 동물들을 친자식처럼 예뻐한다. 그것처럼 펠레와 아빠도 고고를 가족처럼 예뻐해 주고 함께 사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말 못하는 짐승이라고 해서 사랑을 느끼지 못하거나 감정이 없는 것이 아님을 알려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