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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를 오른 얼큰이 ㅣ 샘터어린이문고 14
이하늘 글 그림 / 샘터사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독특한 책이다. 장애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직접 쓰고 그린 열 세 편의 동화가 실려 있다. 그래서 표지에 점자도 있고 시각 장애인을 위한 음성변환 바코드가 그려져 있기도 하다. 그것을 제외하면 책 내용은 여느 동화집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책이었다. 이야기도 재밌고 그림도 잘 그렸다. 아마 책 내용만 보았더라면 이 글과 그림들을 장애인들이 썼다고는 상상할 수 없었을 껏이다.
이 책은 청각 장애, 시각 장애, 지체 장애 등을 가진 열 세 명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쓴 글과 그림이었는데, 이야기 끝에 작가의 이야기가 없었더라면 어떤 장애를 가진 이가 썼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모두 잘 쓰고 잘 그렸다. 물론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쓴 글과 그림이라고 해서 더 좋게 평가하게 만들기는 했지만, 이 책에서도 쓰여 있듯이 장애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무조건적인 동정이라고 한다. 하여 나도 동정심에서 잘 쓰고 잘 그렸다고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떠나서, 누구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은 감동을 준다. 이 글의 저자들도 이 책을 완성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모습을 보여준다. 몸이 다소 불편하여 더 많이 노력했을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또한 이 책을 통해 장애인은 몸이 불편할 뿐이지 그 불편 때문에 뭔가를 할 수 없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간 장애인에 대해 잘못된 편견을 가지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우리는 장애인 하면 혼자의 힘으로는 할 수 없는 사람, 그래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 이들은 결코 혼자의 힘으로는 할 수 없는 사람도 아니었고 그들이 불편한 부분에서 약간의 도움이 필요했지 모든 생활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의 쓴 글과 그림에서는 이들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장애인 하면 도움을 먼저 생각하는 습성이 생겼다. 그게 마치 그들에 대한 배려인양.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앞으로 그런 잘못된 편견을 고쳐야겠다. 이 책에서 말했듯이 장애인으로 살아오면서 가슴속에 느꼈을 기쁨과 슬픔, 분노와 희망을 담담하게 써내려간 세상에 대한 외침이며,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쓴 이들의 아름다운 얘기를 읽으면서 장애인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하려는 마음을 가지는 계기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