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노래하는 러시아의 옛이야기

청동종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61
헤르베르트 홀칭 그림,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 글, 조경수 옮김 / 시공주니어 / 2005년 3월

  나는 이런 종류의 그림책을 좋아한다. 이렇게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 좋다. 이 이야기는 독일의 대표 작가인 프로이슬러가 러시아의 옛 이야기를 바탕으로 삼아 자신만의 색깔로 창작한 이야기로서 기적에 관한 얘기라고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러시아 이야기에서 주로 등장하는 이름인 이반이다. 농부인 이반은 열심히 밭을 갈다가 청동종을 발견한다. 이 종은 1년에 열두 번 마을에 큰 일이 있을 때만 울리는데, 그 소리는 슬픔을 잊게 해주고 외로움을 잊게 해주고 용기를 내게 해주고 아픔을 약하게 해주는 치유의 힘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황제가 이 종을 황제가 탐낸다. 황제는 어떤 힘을 써서라도 종을 빼앗아가려 하지만 종은 꿈쩍도 안한다. 마침내 황제를 종을 무력으로 산산조각 나게 한다. 하지만 이반이 종이 어떻게 되었는지 걱정이 돼서 들판에 가봤을 때에는 이 산산조각난 종의 파편들이 모두 작은 청동 종들로 바뀌어 있는 기적이 일어난다.

  이 이야기는 열심히 일한 자는 복을 많고 욕심을 내는 자는 아무 것도 얻지 못한다는 옛이야기에서 주로 주장하는 주제를 담고 있다. 그렇지만 황제와 농부라는 극단적인 신분 대립을 사용함으로써 하늘의 축복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그 신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따뜻한 마음을 베풀고 열심히 일하느냐에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작품 설명이 책 뒤에 자세히 소개돼 있다.

  그리고 러시아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이 책에는 러시아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장면들이 많다고 한다. 청동종 안에 그려져 있는 말을 탄 남자가 용을 향해 창을 겨누고 있는 그림은 러시아 문장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러시아에서는 상징적인 그림이라고 한다. 말을 탄 사람은 성자 게오르기이고, 용은 악을 상징한다고 한다. 이 외에도 추운 겨울 남자들이 쓰는 모자 샤프카, 여자들의 머릿수건 포크로프를 비롯해 러시아 사람들의 전통 복장, 러시아 건축물, 러시아 정교를 상징하는 십자가와 황제의 복장 등 옛날 러시아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