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잃어버린 것 ㅣ Dear 그림책
숀 탠 글 그림, 엄혜숙 옮김 / 사계절 / 2002년 9월
평점 :
그림이 특이하다. 마치 추상화를 보는 듯하다. 콜라주가 혼합돼 있는 추상화를 보는 느낌이다. 그림 전체가 모두 추상은 아닌 것 같은데 그림 속 배경이 아마 먼 미래의 어느 한 때를 말하는 것처럼 삭막한 분위기이고 책의 주인공인 해변에서 줍게 되는 물건도 정체가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그려져 있어서 더욱 추상화 같은 느낌이 든다.
이 내용의 시대적 배경은 미래인 것 같다. 표지에서 보면 컴퓨터를 얼굴로 가진 동상이 서 있고 기계가 작동 중인 회색빛 건물이 즐비하다. 아마 인간성의 상실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다. <잃어버린 것>이라는 제목과 맞물려서.
내용도 그렇다. 주인공은 해변에서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이상한 물체를 하나 주워 온다. 그것은 괴상하게 생겼고 아주 커서 집안에 둘 곳도 마땅치 않다. 그러던 차에 신문 광고에서 이름 없는 물건들이나 주인을 알 수 없는 물건들을 처리해 준다는 곳에 대한 광고를 보게 된다.
주인공은 그 물건을 가지고 그곳에 갔으나 ‘그 버려진 것’이 작고 슬픈 목소리를 내고 있었고 거기에서 청소하는 로봇 같은 캐릭터가 ‘잊혀질 것이나 버릴 물건, 없앨 것 따위를 두는 장소’를 알려주는 명함을 준다. 그곳에다 그 물건을 두고 온다. 이미 그곳에는 많은 것들이 와 있었는데, 거기는 그것들이 마땅히 놓일 장소는 아니었으나 그것들은 모두 행복해 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다소 난해한 그림책이다. 특별히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이라는 시리즈명이 붙은 것을 봐서는 상당히 생각을 요하는 그림책임이 분명하다. 과연 그가 그곳에 두고 온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것과 함께 버려지게 된 것들은 무엇들일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 책은 ‘오스트레일리아 어린이 책 심의회’에서 좋은 어린이책으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새로운 미술 기법도 감상하고 생각도 키울 수 있는 그림책 같다. 그리고 표지 앞뒤에 있는 병뚜껑을 잔뜩 붙여 만든 작품이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