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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여름
데버러 와일즈 지음, 제롬 리가히그 그림, 김미련 옮김 / 느림보 / 2006년 7월
평점 :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미국의 남부 지역에서는 인종 차별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흑인은 백인이 사용하는 수도를 같이 쓸 수 없었고 백인이 다니는 학교에 다닐 수 없었으며 공공시설도 마음껏 이용할 수 없었다. 그러다 1964년이 되어서야 ‘모든 인간은 인종, 피부색, 종교, 국적에 상관없이 공공시설을 평등하게 즐길 권리가 있다’는 ‘공민권법’이 선포되었다고 한다. 공민권법은 미국에서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없애기 위해 1950~60년대에 제정한 법률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책의 제목 1964년 여름은 바로 그 공민권법이 선포된 때를 말한다. 링컨 대통령의 남북전쟁 승리로 미국에서 흑인 노예가 해방되었지만 그 이후로도 흑인 차별이 계속 있었던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마틴 루터 킹과 말콤 X처럼 흑인 차별을 비판하는 인권운동가들이 등장한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공공시설의 이용에서 흑인 차별을 중지하는 법안이 지금으로부터 불과 45년 전인 1964년에야 마련된 줄을 몰랐다. 미국 내에서 흑인이 인간으로서 제 권리를 행사하기 시작한지가 불과 오래지 않아서 놀랐다.
이 책은 그날의 일을 배경으로 한다. 조와 존 헨리는 친구다. 조는 백인이고 존 헨리는 흑인이다. 그리고 존 헨리의 엄마가 조의 집안일을 도와주는 일을 한다. 그래도 조는 존 헨리랑 수영하면서 노는 게 좋다. 하지만 마을 수영장에는 갈 수가 없다. 존 헨리가 흑인이라서 들어 갈 수가 없다. 또, 물놀이 후에는 들르는 아이스크림 가게에도 존 헨리는 못 들어가고 조가 들어가서 사와야 한다.
존 헨리는 마을 수영장에서 꼭 수영을 하고 싶은데 흑인과 백인은 함께 수영할 수 없었다. 그런데 새로운 법이 생겨서 마을 수영장에 갈 수 있게 됐다. 한껏 기대에 부풀어서 존 헨리는 조와 마을 수영장에 간다. 그런데 수영장을 아스팔트로 뒤덮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 공사장 인부 중에는 존 헨리의 형도 들어있다.
존 헨리는 거기서 꼭 한번 수영을 해보고 싶었는데, 너무나 슬프게도 그 꿈을 이루지 못한다. 대신 헨리는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어가서 직접 아이스크림을 사는 것으로 위로를 삼는다.
공민권법이 선포될 당시 미국 남부에서는 흑인에게 백인과 똑같은 권리와 자유를 주느니 차라리 가게 문을 닫겠다고 선택한 가게도 있었다고 한다. 얼마나 뿌리 깊은 흑인 차별인가? 그런 시대적 배경에 대한 설명도 들어 있고, 다소 우울한 내용이어서 그런지 전체적인 그림톤이 다소 무겁다. 당시 흑인들의 마음을 반영하듯이.
지금은 세계화를 지향한다. 무엇이 진정 세계화를 위한 첫걸음인지 생각해 봐야겠다. 기존의 문제인 자국 문화 우월주의, 인종차별주의 등을 극복하지 않으면 진정한 세계화는 불가할 것 같다. 그리고 모두가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도 요원하고......기본부터 해결하는 세상이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