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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이티 할아버지 - 두밀리자연학교 교장 채규철 이야기 ㅣ 아이세움 지식그림책 24
박선욱 지음, 장호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책 제목만으로는 누구를 말하는지 몰랐다. 표지 구석에 두밀리 자연학교 교장 채규철 이야기라고 부제가 적혀 있었다. 부제를 보니 어떤 분인지 조금은 짐작이 갔다.
예전에 아침 텔레비전 프로에서 이 분을 뵌 기억이 난다. 심하게 화상을 입어서 흉하게 바뀐 모습을 하고 계셨던 분이었다. 그래서 별명도 이티(ET) 할아버지라고 한다. 그 뜻은 너무나 슬프게도 ‘이미 타 버린 사람’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난 내가 학창시절에 인기 있었던 영화 <ET>의 외계인에서 본뜬 별명인 줄 알았다.
이 분이 이런 모습을 갖게 된 것은 교통사고 때문이다. 교통사고 때문에 차에 붙이 붙어 채 선생님은 온몸에 3도 화상을 입었고, 그 때문에 30여 차례의 성형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사경을 헤매는 고통 속에서도 기적적으로 살아나셨다고 한다. 그 바람에 이티가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사고를 당하기 전에 채 선생님은 충남에 있는 풀무학원이라는 농촌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도 하셨다고 한다. 그러다가 덴마크 정부 프로그램 덕에 덴마크를 여행할 기회를 갖게 된다. 그곳에서 약값과 치료비를 지원해 주는 의료보험조합과 가난한 농민을 돕는 협동조합이 우리 농촌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국내에 와서는 부산에서 복음병원은 운영하던 장기려 박사와 힘을 합쳐 우리나라 최초의 의료보험이라고 할 수 있는 ‘청십자의료보험조합’ 사업을 운영한다. 이 사업의 조금씩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어 갈 때 바로 그런 큰 교통사고를 입게 된다.
이 사고 때문에 달라진 외모 탓에 많은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과 멸시를 겪지만 긍정의 마음으로 열심히 일한다. 그러다가 1986년에 경기도 가평 두밀리에 우리 나라 최초의 대안학교엔 두밀리 자연학교를 짓는다. 그러나 어린이들이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던 이곳은 2005년가지 운영되다가 농지 불법 전용으로 몰려 강제 폐교되었고, 채규철 선생님은 2006년 12월 13일 70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이 책은 이렇게 두밀리 자연학교 교장이신 채규철 선생님의 위인전이다. 책 뒤에 이분의 약력을 정리해 놓은 글의 제목인 ‘일그러진 얼굴로 세상을 웃게 만든 사람’이라는 글귀가 마음에 와 닿는다. 흉한 모습이라고 세상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장애인을 위해 그리고 환경을 우해 애쓰신 그 분의 노력에 고개가 숙여진다. 외모가 한 사람을 판단하는 데 있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요즘의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책이었다. 마음보다는 얼굴 가꾸기에 여념이 없는 우리는 나중에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 반성해볼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