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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ㅣ 민들레 그림책 4
현덕 글, 이형진 그림 / 길벗어린이 / 2000년 9월
평점 :
그림이 참 재밌다. 마치 이집트 신화 속의 그림 같다. 이집트 문명의 그림들을 보면 사람의 옆모습을 그렸지만 눈은 정면을 보는 듯이 그렸다고 한다. 이 그림도 그렇다. 고양이의 큰 눈을 강조하기 위해선지 몰라도 옆모습이지만 마치 앞에서 한쪽 눈만 본 것처럼 동그랗고 크게 그려 놓았다. 본문 그림에서는 아이들의 포즈에 고양이 그림자를 겹쳐 그려 놓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얼마나 실감나게 고양이 흉내를 내고 있나 느껴볼 수도 있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의 초기 동화작가인 현덕의 글이다. 그래서 글에서도 옛스러움이 느껴진다. 그래졌습니다, 담에(다음에), 뒤꼍 , 뒷간, 마당귀 등 옛날에 쓰던 말들이 나온다. 그래서 우리 부모님들이 쓰시던 말투가 생각나서 이야기가 더 정겹게 느껴진다.
내용은 장난꾸러기 노마가 고양이 흉내를 내면서 부엌에서 몰래 북어 한 마리를 훔쳐다가 친구들과 나눠 먹는다는 얘기다. 노마는 고양이처럼 야옹야옹 소리 내면서 살금살금 걸어가서 굴뚝 뒤에서는 쥐를 기다리는 척하기도 하고 마당을 거닐던 닭도 놀라게 하고 결국에는 부엌에서 북어 한 마리를 도둑고양이처럼 훔쳐 오다가 엄마에게 들키지만 고양이처럼 뒷문으로 후다닥 도망을 간다.
고양이처럼 걷는 아이들의 모습이 재밌게 그려져 있다. 그리고 옛날에야 아이들이 간식으로 먹을 것이 무엇이 있었겠는가? 기껏해야 누룽지 정도. 그러니 북어가 얼마나 좋은 간식거리였겠는가? 또 놀 것은 무어가 있었겠는가? 아이들과 어울려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이 전부였을 것이다. 그런 아이들이 고양이 놀이를 하면서 즐겁게 놀다가 몰래 훔쳐낸 북어를 간식으로 먹었다면 얼마나 맛있었겠는가?
현덕 선생은 1909년에 태어났고 1927년에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시작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셨다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 부모님들보다 먼저 태어나신 분이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증조할아버지뻘 되시는 분이다. 아이들에게 그분들이 아이였을 때에는 어떠했나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글이었다. 그리고 시대는 달라도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은 똑같고 아이들은 개구쟁이일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재밌는 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