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뻐꾸기다 - 2009년 제15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일공일삼 52
김혜연 지음, 장연주 그림 / 비룡소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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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뻐꾸기와 기러기. 정말 이름 잘 붙였다. 이야기도 무척 재밌고 감동적이어서 술술 잘 읽힌다. 내용은 자신의 알을 남의 둥지에 맡기는 뻐꾸기처럼,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이 아니라 엄마에 의해 벌써 5년째 외삼촌 집에 맡겨진 동재와, 가족들을 모두 해외로 유학 보내고 혼자 사는 기러기 아빠인 902호 아저씨에 대한 이야기다.

  서로 외로운 처지인 두 사람은 쓰레기를 버리러 갔다가 엘리베이터에서 만나게 된다. 그 후는 서로 서로 도와주고 생명의 은인이 되는 일을 계기도 더욱 친해진다. 엄마가 그리운 동재와, 아내와 아이들이 그리운 아저씨는 금방 친구가 된다. 동재네 바로 옆집에 사는 아저씨는 집의 비밀번호까지 알려주면서 외사촌형 때문에 컴퓨터도 마음껏 사용하지 못하는 동재에게 언제든 와서 놀다 가도 좋다고 한다.

  동재는 자신을 5년째 외삼촌댁에 맡겨두고 소식이 없는 엄마가 무척 그립기도 하고 밉기도 하지만 내색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엄마가 보내온 옷과 엄마가 그동안 동재 이름으로 돈을 보내 주었던 통장을 보고 나서는 엄마가 더욱 그리워진다. 엄마가 보내주신 옷상자를 통해 엄마가 있는 곳을 알아내고 역시 부모가 같이 살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가진 학급 친구 유희와 함께 엄마가 계신 부산에 가기로 한다. 하지만 동재의 통장을 외사촌형이 갖고 가출하는 바람에 그 계획은 허사가 된다.

  그러나 기러기 아저씨의 도움으로 동재는 부산에 간다. 엄마는 못 만나고 오지만 엄마가 트럭 행상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 후 엄마를 잠깐 만나게 되고 짧게나마 그간의 사정을 듣고 엄마가 결코 자신을 버리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또 동재의 부산행을 보고서 기러기 아저씨도 힘을 낸다.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가 두려워 전화도 회피했던 아저씨가 적극적으로 대화를 시도해 보겠다고 했고 결국에는 작은 아들이 귀국해 함께 살기로 한다.

  나는 처음에는 동재 이야기를 읽고선 너무나 눈물이 났다. 같이 사는 식구들 눈치 보면서 사는 동재가 너무나 안쓰러웠다. 또 가족 없이 외로움을 술로 잊고 사는 기러기 아저씨도 그랬다. 하지만 결국에는 동재도 엄마를 만나서 엄마의 진심을 알게 되고, 아저씨도 아들을 데려와서 함께 살게 돼서 매우 기쁘다. 그리고 이렇게 빈자리가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도울 수 있게 되어서 좋다.

  이 책에 보면 어떤 일과 어떤 일 사이에는 당사자만 아는 아주 많은 일들이 있다고, 그리고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얘기가 아주 많다는 말이 나온다. 그것은 직접 겪어보지 않은 자는 알 수 없다는 말일 것이다. 아니면 겉만 보고 섣부른 판단을 하지 말라는 것일 게다.

  그리고 어떤 일이든 표현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동재가 끝내 용기를 내서 엄마를 만나볼 생각을 하지 않았더라면 동재는 항상 엄마를 원망하면서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을 버렸다는 그 말을 듣게 될까봐 몹시 망설여지는 순간에도 동재는 용기를 냈다. 그리고 동재 친구 유희가 재혼한 엄마에게 가진 원망도 엄마의 재혼 그 자체보다도 자신에게 아무런 이야기 없이 떠났다는 것 때문이었다. 기러기 아저씨가 아내와의 대화를 두려워한 것도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말을 듣게 될까봐서였고. 모르게 돼서 더 큰 상처가 되는 것보다는 다소 상처가 되더라도 서로의 마음을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일도 쉽게 풀리게 되고. 어떤 순간에든 망설이지 말고 표현하고 어떤 처지에서든 힘을 내서 밝게 살아야겠다.

  그리고 사람에게 뻐꾸기, 기러기라고 지칭하는 일이 없는, 모두가 행복한 사람이 되는 세상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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