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아, 청아 눈을 떠라 - 뚜벅이 문고 3
공진하 지음, 정철 그림 / 청년사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어! 책 제목이 잘못된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 것이다. 눈을 떠야 할 사람은 심청이가 아니라 심청이 아버지 심학규일 텐데 하고 말이다. 이 책은 고전소설 심청전을 바탕으로 하고는 있는 그것을 또 다른 각도로 해석한 책이다.

  이야기의 전체적인 골격은 기존의 심청전과 비슷하지만 부분부분 각색을 했고 결말은 완전히 다르게 되어 있다. 아마 이 책에서는 심청이의 아버지 심학규가 주인공인 셈이다.

  우리는 심학규에 대해 심청이의 아버지이고 눈이 안보여 심봉사라고 불렸다고만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심청의 출생에서부터가 아니라 심학규의 출생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황주 도화동 심판서의 아들도 태어난 심학규는 집안이 넉넉해서 유복한 생활을 했으나 여덟 살 때 아버지가 역적으로 몰리는 바람에 가난뱅이가 되었고 그 때 천연두를 잘못 앓는 바람에 그 후유증으로 앞을 못 보게 된다. 그렇지만 머리가 좋았던 심학규는 글 공부를 열심히 해서 기도하는 글을 외워주는 사람인 독경사가 된다. 그리고 곽 대감의 딸을 만나 혼인을 하게 된다.

  그 다음 이야기는 심청전과 똑같다. 하지만 심청이가 공양미 삼백 석에 청나라 배를 타는 부분에서부터는 기존의 심청전과 이야기가 달라진다. 눈 먼 아버지를 뺑덕어멈에게 부탁하고 배를 타고 인당수에 빠지는 것은 같으나 많이 각색된다.

  마지막에는 어쨌든 원작대로 심청이는 왕후가 된다. 그리고 궁궐에서 연주하는 맹인들을 보면서 맹인들이 그저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들에게도 그들 나름대로 뭔가 의미 있는 일들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사실 그 전까지 심청이는 맹인인 아버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라 여겨 아버지가 하던 동냥도 못하게 하고 아버지가 눈이 보이지 않는 것 때문에 불행해하고 힘들어하는 줄 알고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해주려고 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자신은 결코 눈 때문에 불행했던 적이 없으며 너의 눈에는 내가 쓸데없는 사람같이 보이겠지만 그건 겉모습만 보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심청이는 그 때는 그 말뜻을 몰랐는데 맹인 악사들을 보고서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된다. 그 후 다시 만난 아버지께 심청이는 눈을 떠야 할 사람은 자신이었다고 사죄를 말을 한다.

  효의 중요성을 들려주는 기존의 심청전과 달리 이 책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라고 알려준다. 장애인이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 그래서 도움이 많이 필요한 사람으로만 생각했지 그들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어 그들의 가치를 입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았던 것 같다. 어떤 것이 진정으로 장애인을 위한 것인지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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