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리족, 하늘과 땅이 낳은 사람들 산하세계어린이 29
세실 모지코나치.클로드 퐁티 글, 조엘 졸리베 그림, 백선희 옮김 / 산하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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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참 신기하다. 세상의 어느 곳에서든 세상 창조 신화가 있으니 말이다. 예전에는 창조 신화가 성경에만 나오는 것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 사는 곳엔 어디에서는 창조 신화가 있고 그 내용은 대개는 비슷비슷하니 말이다.

  뉴질랜드의 원주민이었던 마오리 족들에게는 다른 문명권에서 들을 수 있는 태양 신과 땅의 신 이야기가 있다. 태양 신 랑기와 땅의 신 파파는 어찌나 사랑했는데 꼭 붙들고 있어서 빛조차도 이 둘 사이에 끼어들지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둘 사이에서는 숲의 신, 바다의 신, 고구마와 농작물의 신, 뿌리와 야생 열매의 신, 바람과 폭풍의 신, 전쟁과 사람의 신 이렇게 6명의 신이 태어났다고 한다.

  이 6명의 신은 부모의 어두운 품속에서 오랜 세월을 보내다가 빛을 들어오게 하기 위해 억지로 둘을 떼어놓았다고 한다. 그리고 사람을 창조할 권리를 가진 숲의 신 타네가 여인(히네)을 만들어냈고 그녀가 결혼해서 오로라라는 여자 아이를 낳았는데 이 아이에게서 인간들이 태어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참 재밌는 이야기다.

  이밖에도 이 책에는 ‘할머니와 요술방망이’, ‘섬을 낚은 마우이’, ‘덫에 걸린 태양’, ‘불장난을 한 마우이’, ‘하늘 여행’, ‘라타의 카누’, ‘이상한 새’, 투우루우루의 엄마는 어디로 갔을까?‘, ’고래 투투누이의 슬픈 죽음‘이라는 이야기가 더 실려 있다.

  할머니의 턱이 마법의 무기라는 이야기, 마우이(반은 신이고 반은 인간인 마우리 족의 위대한 영웅)가 낚은 물고기가 뉴질랜드의 북섬이 되었다는 이야기, 떠오르자마자 태양이 지는 바람에 농사를 지을 수 없어서 태양을 덫으로 잡아와야 했다는 이야기, 나무속에 불씨가 들어 있게 된 이야기, 우리나라의 선녀와 나무꾼과 비슷한 하늘 여행 이야기, 나무의 허락을 구하는 주문을 외우지 않고 나무를 베는 바람에 숲의 저주를 받아 카누를 만들어 놓아도 그 카누가 다시 나무로 서 있게 된다는 이야기, 키위가 날지 못하고 걷게 된 이야기, 어렸을 때 떠나버린 엄마를 되찾게 된 아이 이야기, 아끼던 고래에 대한 복수를 하게 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처럼 이 책은 마오리족 사이에서 전해 내려오는 재밌는 옛이야기들을 들려주면서 그들만의 생활방식, 사고방식, 독특한 문화유산 등에 대해 간략하게 알려준다. 그리고 이 책에서 참 신기했던 점은, 우리가 사는 곳이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도 우리랑 비슷한 옛이야기가 있었다는 점이다. 선녀와 나무꾼과 비슷한 이야기도 그렇고, 태양을 붙잡아오는 것도 불개 이야기랑 비슷한 것 같았다. 그렇지만 역시 사는 지역이 다르고 생각하는 것이 다르니까 어쩔 수 없이 문화적인 차이가 느껴진다. 얼굴에 문신을 해서 힘을 과시한다던가, 강한 자의 영혼(마나)을 취한다는 의미에서 식인 풍습이 있었다는 것 등이다.

  단순히 다른 종족의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차원에서 벗어나 다른 문화에 대해서도 알 수 있는 책이어서, 세계적인 문화 감각을 기르는 데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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