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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결혼했어요 ㅣ 즐거운 동화 여행 16
앤 브라이언트 글, 이혜진 그림, 오지현 옮김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재혼은 재혼 당사자에게도 큰 모험과 사건일 뿐만 아니라 재혼하는 부모를 받아들여야 하는 아이들에게는 더 큰 모험이자 사건일 것이다. 재혼을 하는 부모들이라야 서로 사랑을 해서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이지만 아이들은 그저 부모의 뜻에 따라 전혀 모르던 사람을 부모로서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혼을 할 때에는 재혼 당사자의 의지도 중요하겠지만 그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아이의 입장을 먼저 헤아리고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래서 아이가 스스로 그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시간 여유를 주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점들을 잘 보여주는 내용이다. 주인공 빌리는 열 살짜리 여자 애다. 빌리가 태어나기도 전에 아빠는 돌아가셔서 빌리는 엄마가 벽장 속에 숨겨둔 아빠의 사진만으로도 아빠를 상상하면서 살고 있다. 그런 빌리에게 새 아빠가 생긴다. 그것도 너무나 나이가 많아서 아빠라고 하기보다는 할아버지라고 하면 어울릴 법한 아빠가 생긴다. 빌리의 엄마는 36살인데 아빠는 53살이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도 엄마가 재혼을 하기 전에 서로 자주 왕래하면서 친밀감을 쌓아놓은 사이도 아니다. 그렇다 보니 빌리는 더욱 더 새 아빠를 받아들일 수가 없다. 그리고 반 친구들에게 짖궂게 구는 리암 일당이 이 사실을 알기 못하기를 원하는데, 엄마의 결혼식 사진이 지역신문에 크게 실리기까지 한다.
이런저런 생각에 빌리는 친한 남자 친구인 아치 집에 입양되고자 하는 극단적인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그 계획이 생각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 그리고 새 아빠인 쿠엔틴 아저씨가 멋진 창도 만들어 주고 빌리가 몰래 돈을 훔쳐간 것을 알면서도 엄마에게 내색하지 않자 아저씨에게 마음이 기운다. 그리고 빌리의 새 언니가 된, 쿠엔틴 아저씨의 친딸인 빅토리아 언니가 그녀의 친엄마가 돌아가신 날을 기억하고 울자 그녀 또한 결코 편한 마음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그러면서 쿠엔틴 아저씨와 빅토리아 언니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얘기다.
빌 리가 아치 집에 입양되고 싶어서 꾸미는 계획들을 보면 어이가 없으면서도 얼마나 새 아빠가 마음에 들지 않았으면 그랬을까 공감이 가면서 빌리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친엄마를 버려두고 다른 집에 가고 싶을 정도로 새로운 사람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거보다는 재혼 가정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여서 이런 책도 참으로 필요하겠단 생각이 든다. 새로운 사람에게 아이 스스로 마음을 열 수 있게 아이 마음을 먼저 헤아려주는 지혜가 필요하겠다. 재혼 가정의 아이가 위로받고 싶을 때, 그리고 새 엄마, 새 아빠라고 말하면 이유 없이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되는 아이들이 읽고서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