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악이 반달문고 14
김나무 지음, 강전희 그림 / 문학동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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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이 참 재밌다. 춘악이. 가운데 악자 때문에 왠지 개구쟁이에다 악동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름의 그 악자는 큰 산 악자인가 보다. 서문에 이름 풀이를 보면 진달래 핀 봄날의 산처럼 고운 사람이 되라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름이 그래서였을까? 춘악이는 악동이라기보다 현명하고 정의라고 여자 아이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춘악이는 바로 이 책의 저자인 김나무 작가의 어머니라고 한다.

  작가의 어머니의 어릴 적 이야기를 옮겨 적은 것이 바로 <춘악이>의 내용이라고 한다. 춘악기는 일제시대에 삼천포 앞바다에 있는 큰 섬에서 태어난다. 소학교에 다닐 때 어부였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조부모와 어머니, 두 동생과 함께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아간다. 춘악이는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오지랖이 넓다 할 정도로 이런 저런 일에 참견을 잘 한다.

  사실 참견이라고 하기보다는 참여라고 하는 말이 맞을 것이다. 결핵으로 돌아가신 아버지 덕분에 죽음이 무엇인지도 일찍 깨닫게 된다. 죽음이 무엇인지 알기에 겨울에 썰매를 타다가 얼음이 깨져 물에 빠져 죽게 된 창해를 겁도 없이 물에 뛰어 들어 구해낸다.

  그리고 마을의 할매 나무를 단 한 마디의 상의 없이 팔아버린 창해 아버지에게 마을 사람들은 대신하여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할 정도로 당돌함도 지녔다. 그것 때문에 어른에게 대드는 아이로 잘못 키웠다고 창해 아버지가 춘악이의 엄마에게 따지는 일이 생기기도 하지만 세상 일에 대해 바른 것은 바르고 잘못된 것은 그르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도 지녔다.

  가족을 사랑할 줄 알고 친구도 사랑하며 동물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착한 마음씨를 지닌 사람이 바로 춘악이였다. 일제 시대를 전후한 시대에 많았다던 문둥병 환자에 대해서도 나오는데, 문둥병 환자를 처음 보았을 때는 너무 무서워서 피하기만 했는데 어머니의 설명을 듣고 나중에 자신이 부자가 되면 쌀을 많이 주겠다고 말할 정도로 마음이 따뜻한 아이였다.

  요즘처럼 나만 생각하고 내 것도 생각하는 시대에 나 이전에 가족, 이웃, 친구, 그리고 내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착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책이었다. 또 그게 얼마나 행복한 일이고 세상을 따뜻하게 변하게 하는 힘이 되는지 알려준다.

  돈말 알고 나만 알았던 창해 아버지가 결국에는 자신의 재산을 털어 학교를 짓고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무료 교육을 시키게 된 것도 모두 춘악이 덕분이었다. 춘악이의 따뜻한 사랑이 창해 아버지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그만큼 사랑의 힘은 큰 것이며 내가 베푼 작은 사랑이 나중에는 큰 사랑이 되어 내게 되돌아옴을 가르쳐준다. 그리고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체험할 수 있는 것도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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