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공책의 비밀 - 오달지기 풍물굿 이야기 눈높이 어린이 문고 19
윤미숙 글, 박지훈 그림 / 대교출판 / 200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전북 임실군 강진면에 있는 필봉 마을은 오래 전부터 풍물굿이 살아 전해 내려오는 전통 마을이라고 한다. 이 책은 이 마을처럼 풍물굿을 전통으로 간직하고 있는 오달지기(마음에 흡족하여 흐뭇함을 이르는 순우리말)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이 마을 사람들은 농업을 생업으로 하면서도 풍물굿의 전통을 지켜 내려오고 있다.

  이 마을의 풍물굿 전수자이자 상쇠인 진성이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그 대를 누가 잇느냐의 문제로 갈등이 생긴다. 진성이 할아버지는 당신에게 풍물굿을 가르쳐 주신 수방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그 분의 손자이자 귀머거리인 먹이를 데리고 살면서 풍물을 가르친다. 물론 자신의 아들과 손자에게도 풍물을 가르치지만, 손자인 진성이는 먹이만큼 자질도 없고 열정 또한 없다. 먹이는 비록 듣지는 못하지만 풍물을 가르치는 사람들의 몸짓을 그대로 베껴 적은 소리공책을 만들면서 소리에 대한 열정도 키우고 부단한 노력을 한다. 그렇기에 듣지는 못하지만 신명난 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안 진성이는 먹이에 대해 가졌던 열등감과 경쟁심을 털어내고 먹이를 진정한 친구로 대할 수 있게 된다. 진성이 아버지 또한 아들을 위해 먹이에게 차갑게만 대했었는데 그 공책을 본 뒤로 자신의 잘못도 깨닫고 먹이가 연주 소리를 마음으로 들을 줄 알게 된다.

  풍물굿이라는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없는 소재의 이야기여서 새로웠고, 새로운 만큼 몰랐던 내용들을 많이 알려주어서 무척 좋았다. 풍물굿패에서 사용되는 여러 가지 호칭이나 악기 이름도 알게 되었다. 또, 작가가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악기에 대한 내용이라서 그런지 곳곳에서 아름다운 우리말을 찾아쓰려 한 흔적들을 보여준다. 새로운 우리말도 많이 알게 되었고 배경이 전라도인만큼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도 정감이 있었다.

  그리고 농악이라는 말이 우리말이 아니라 일본이 붙인 이름이라는 것도 새로 알게 되었다. 또,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리 국악을 많이 사랑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들리지 않는 것을 이겨내고 진정한 풍물재비가 된 먹이를 통해서는 열정과 노력만 있다면 어떤 장애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되새기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