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만이는 알고 있다 푸른디딤돌 저학년 문고 4
홍종의 지음, 이형진 그림 / 푸른디딤돌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구만이는 밤에 똥을 누는 버릇이 있다. 그 날도 평소처럼 밤똥을 누러 변소에 갔는데 “꽈과광” 천둥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꾸에엑 꾸에엑” 하는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알고 보니 돼지를 싣고 가던 트럭이 고속도로에서 논배미로 떨어져 난리가 난 것이다.

  그곳은 원래 마을 서낭당이 있었던 곳인데, 그곳을 헐고 고속도로를 낸 뒤로는 이상하게도 그곳에서 논둑으로 차량이 떨어지는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이전에도 생선 차며 과일 차가 떨어져 마을 사람들이 도우러 간 적이 있었다.

  이번에도 이장님이 방송을 한다. 돼지의 주인이 마을에 사례하기로 했으나 차에서 떨어져 나온 돼지들을 차로 몰아달라고 알린다. 동네 어른들이 나서는 길에 구만이도 따라 나섰다가 중학교만 졸업하고 집에서 일하고 있는 명식이형이 산 속 동굴에 돼지 한 마리를 숨긴 것을 보게 된다.

  명식이가 몰래 집에까지 돼지를 몰아다 놓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 사실은 모른 채, 그저  돼지가 제 발로 명식이형 집에 찾아든 것으로 알게 되고, 이 일을 묵인하는 대신 그 돼지가 새끼를 낳으면 한 마리를 마을에 내기로 약속을 받는다. 한편 구만이가 사실을 사람들에게 토설할 기미가 보이자 명식이형은 구만이를 협박도 하고 비료부대 가뜩 딱지도 갖다 주면서 입막음하려 한다. 마을에서 돼지 새끼 한 마리를 받기로 했다는 것을 알게 되자 구만이도 새끼 돼지 한 마리를 달라고 요구한다. 

  구만이는 명식이형이 그 돼지가 새끼를 낳으면 팔아서 송아지를 사서 목장을 차려서 고등학교도 가고 대학교도 가겠다는 소리를 하자 측은한 생각이 들어, 명식이형이 바라는 대로  절대로 돼지 얘기는 꺼내지 않기로 한다.

  슬프기도 하지만 참 재밌는 이야기다. 가정 형편 때문에 진학을 못했고 그 때문에 돼지 한 마리를 훔치게 된 명식이의 사연은 슬펐지만, 트럭이 논둑에 처박히는 사고 때문에 마을 전체가 잔치라도 열린 듯 시끌벅적하게 다 참가해서 돼지를 모는 광경을 연상하니 참 우스웠다. 아마 시골이었고 옛날이었으니까 이런 일이 가능했을 것이다.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야기다.

  이야기 전체에 퍼져 있는 구수한 사투리며, 닭을 달구라고 하며 밤똥 누는 버릇을 고치기 위해 수탉에게 절하는 모습 등등이 어릴 적 할머니가 하셨던 말씀들을 생각나게 해 더 정겹게 느껴졌다. 마치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서 누룽지를 먹는 맛일까? 현란한 마법과 시공간을 넘나드는 판타지 동화의 홍수 속에서 이런 담백하고 정겨운 우리글의 맛을 느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한창 컴퓨터 게임 하다가 마당에 가서 시원하게 찬바람 쇠면서 딱지 치며 노는 느낌이기도 했다.

  이 책은 내게는 어릴 적 추억이 떠올라서 더 공감이 가는 이야기였지만 아이들에게는 공감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들의 말투가 아주 재밌어서 아이들도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부모님의 어릴 적 추억 얘기도 들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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