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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스무 살 - 여자나이 마흔, 그 주홍빛 서글픔과 쪽빛 희망의 이야기
희정.소마.자람.서래.노을.항아.미영 지음 / 이프(if)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마흔이라는 나이를 두 번째 스물 살이라고 표현을 하니까 아주 색다른 느낌이 난다. 마흔이 빨랫줄에 널린, 빛도 바래고 잦은 세탁으로 실오라기의 감촉도 까실까실해진 흐린 노랑의 수건 같은 느낌이라면, 두 번째 스물 살은 털도 보들보들하고 빛깔도 처음 그대로인 샛노랑의 수건이 생각이 난다. 같은 마흔을 뜻하는 말이지만 이처럼 그 어감은 사뭇 다르다. 참 신기하다.
내가 어려울 때는 나이 마흔이 되면 뭐 대단한 어른인 것 같고 뭔가 세상 역사에 획을 그을 만한 일을 하나 쯤은 해야 하는 나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내가 막상 마흔이 되어 보니 마흔이라는 나이가 참 별거 아니었다. 그저 열심히 살다보니 이르게 되는 것이 마흔이라는 나이였다.
우리는 보통 10년을 주기로 나이에 참 많은 값을 부여한다. 스무 살이 되면 진정한 성인으로서 전과는 확연히 다른 삶을 살아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고, 서른 살이 되면 뭔가 큰 뜻을 펼쳐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20세를 약관(弱冠)이라고 하고, 30세를 이립(而立)이라고 지칭하는 말도 사람들의 이런 생각을 반영할 것일 게다.
이 책은 스물 살의 두 곱의 나이인 마흔 살에 새로운 삶을 시작한 여성들의 얘기다. 여성경험총서라는 시리즈명에서 짐작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유명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한 여성들이 그들의 삶이 얼마나 힘들고 고단했는지를 들려주고 이제는 그 삶을 청산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들려주는 경험담이다. 그래서 어찌 보면 여성잡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들 같기도 하다.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세상에는 참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고 그만큼 별별 일이 다 일어난다는 생각이 든다. 이 사람들이 겪은 얘기들은 차라리 이런 일들이 있었다는 것조차 몰랐으면 싶은 일이기도 했다. 특히 주위 사람에 의해 힘들게 되는 경우에는 그 힘들게 하는 원인들을 제거하기가 상당히 힘들어진다. 왜냐하면 사람과의 관계는 한 번 맺어지면 쉽게 끊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같이 있어서 불행한 사람들, 서로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용기있게 청산하고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된다.
요즘은 여성 상위시대라고 할만큼 여성에 대한 처우가 모든 분야에서 상당히 개선됐다고 하지만 아직도 가족관계에서나 직장에서 여성은 약자일 수밖에 없다. 특히 경제적인 면에서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과감히 불행한 상태를 청산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여성이기에 마흔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새 출발을 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을 텐데 과감히 그 길을 선택한 이들에게 평탄한 길만 있기를 기도한다. 이 책을 보고나니 타산지석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이들의 얘기가 어려움에 처한 많은 이들에게 새 힘을 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들의 얘기 속에서 더 늦기 전에 행복을 찾아서 용기를 내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