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술통 아기 할머니 - 좋은책어린이문고 국내창작 2 좋은책어린이문고
윤수천 지음, 남은미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표지의 춤추는 할머니가 나오는 것처럼 유쾌한 이야기는 아니고 많이 슬픈 이야기다. 많은 노인들이 걱정하는 ‘치매’에 관한 이야기다. 나는 겪어보지 못했지만 집안에 치매에 걸린 분이 있으면 그 가족이 무척 고생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물론 치매를 앓고 있는 분의 심정은 오죽 괴로울까? 본인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자각하지 못해서 그렇지......

  그래도 이 책에 나오는 지혜 할머니는 참 행복하신 분이다. 비록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셨지만 지혜 아빠의 효성이 지극했으므로. 지혜 아빠는 치매에 걸린 지혜 할머니가 하자는 대로 다 한다. 퇴근 후에는 꼭 할머니 방에 들러서 할머니가 원하는 대로 기차놀이도 하고 공기놀이도 하고 할머니를 업어드리기도 하면서 할머니를 정성껏 돌본다. 이런 아빠에게 다른 식구들이 힘들겠다고 위로의 말을 하면 지혜 아빠는 “우리 어머니가 나를 어떻게 길러주셨는데......”란 말을 잊지 않는다.

  이 말을 들으면서 우리는 우리 부모님들이 우리를 어떻게 키워주셨는지를 자꾸 잊게 된다. 내 아이들을 봐도 그렇다. 조금 크니까 다 자기들이 절로 큰 줄 안다. 나도 그랬던 것 같다. 내가 부모가 되니까 부모님들이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알 것 같다.

  이 책의 지혜 할머니는 오래 앓지 않고 돌아가셨다. 흔히들 ‘긴 병에 효자 없다’고들 한다. 치매의 경우 몇 년간 지속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그럴 경우 가족들은 지치고 힘들게 된다. 그렇게 되면 아프신 분에게 소홀하게 된다. 그런데 이 책의 지혜 아버지처럼 나를 키워주셨을 때는 생각하면 어떤 힘든 상황도 참아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태어나서 자랄 때까지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기간이 얼마였던가? 이 사실만을 잊지 않더라도 아무리 힘들게 하는 부모에게도 잘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특히 이 책에서 말했듯이,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다시 아기로 돌아간다는 말도 잊지 말아야겠다. 그렇게 해서 부모에게 받은 은공을 되돌려 드려야 할 시기를 맞는 것 같다.

  “우리네 인생살이도 야구와 같단다. 야구 선수가 1루, 2루, 3루를 거쳐 다시 자기가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오듯이 우리의 삶도 그래. 고난을 차곡차곡 이겨 내면서 나이를 많이 먹다 보면 많을 걸 배우고 얻기도 하지만 다시 어린애가 되거든.”

  우리가 이 사실만을 잊지 않는다면 치매에 걸린 부모님을 이해하고 잘 해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우리 애들은 조부모님의 정을 모르고 자랐다. 외조부모는 모두 돌아가셨고 친조부모도 멀리 떨어져 살아서 할머니 할아버지의 정을 모른다. 아마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럴 것이다. 그렇다 보니 더욱 더 노인에 대한 이해와 공경이 부족한 것 같다. 앞으로는 평균 수명이 더욱 길어져 노인들이 많은 세상이 된다. 노인을 그저 나이 드신 분이 아니라  삶의 지혜와 연륜을 많이 가진 분이자 공경해야 할 분이라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이 책을 통해 세상의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해 바르게 이해하고 사랑으로 볼 수 있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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