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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시로 읽는 고려 역사 - 사진이랑 그림이랑 역사 여행 1
진천용 글, 이형진 그림 / 키즈조선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가시리 가시리잇고 나난 바리고 가시리잇고...’ 너무나 유명한 고려가요인 가시리의 한 구절이다. 요즘 영화로도 개봉한 쌍화점도 고려 충렬왕 때의 고려가요다. 그래서 고려가요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하긴, 예전에 가요로도 불린 가시리의 애절한 가락 때문에 나는 고려가요에 대해 관심이 있는 편이었다. 그리고 시조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서 아이들을 위해 시조집을 사주기도 했다. 이렇게 옛 시나 노래에 대해 관심이 많은 나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은 책을 보게 되었다.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가시리, 처용가, 청산별곡, 정석가, 서경별곡, 상저가라는 고려가요를 소개하면서 고려 역사에 대해서도 알려주는 새로운 형식의 책이다. 물론 고려가요도 노랫말과 그 해석만을 수록한 것이 아니라 그 노랫말을 근간으로 해서 있었을 법한 이야기를 상상해서 동화로 꾸며 놓았다. 그러면서 그 이야기와 관련된 고려 유물들을 사진과 함께 자세히 설명해 놓았다. 노래, 동화와 함께 역사를 배우게 되니 더 재밌다.
첫 이야기인 처용가는 신라 향가만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고려 가요 중에도 처용가가 있어서 깜짝 놀랐다. 그런데 향가와는 달리 고려가요 처용가는 나쁜 귀신을 쫒아내기 위해 여럿이 불렀던 노래였다고 한다. 여기에서는 처용가를 소개하면서 역병에 걸려 부모님을 잃게 된 바우덕이가 남사당패가 되는 슬픈 이야기를 전해준다. 그러면서 남사당놀이의 구성과 역할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사용하는 악기에 대해서도 알려주며 고려시대의 의원에 대해서도 설명해 준다.
‘가시리’ 편에서는 버섯 따는 소녀 상감이와 도자기를 빚는 장인인 사금이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며 고려청자를 비롯하여 백자 등 우리나라 자기 문화에 대해 알려준다.
‘동동’은 열두 달 세시풍속을 바탕으로 애틋한 사랑과 기다림의 노래인 만큼 몽고군에 끌려간 동동과 나리의 만남에서부터 기다림까지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고려의 세시풍속에 대해 알려준다. 또한 동동이 군인으로 끌려갔던 몽고의 고려 침입에 대해서도 설명해 놓았다.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애 살어리랏다’로 시작되는 ‘청산별곡’ 편에서는 농사는 물론이고 철, 기와, 연탄, 소금, 먹 등 여러 가지 물품을 만들어 세금으로 내야 하는 향소부곡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노래는 자연을 벗 삼아 신선처럼 살기 위한 노래가 아니라, 차별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처절한 몸부림이 실패로 끝나서 산 속에 홀로 남은 자들이 불러야 했던 슬픈 노래라고 한다. ‘망이 망소이의 난’을 배경 동화로 들려준다. 그러면서 고려의 정치제도와 신분제에 대해 알려준다.
결코 변하지 않을 사랑을 맹세한 노래로 알려진 ‘정석가’편에서는 부처의 힘을 빌어 몽고의 침입을 이겨내고자 했던 팔만대장경을 새기는 과정을 동화로 꾸며 놓았으며, 그와 관련해서 대장경을 새기는 과정도 알려주고 고려의 불교에 대해서도 설명해 놓았다.
대동강 건너편으로 사랑하는 임을 떠나보내며 부르는 노래인 ‘서경별곡’ 편에서는 천하일색인 삼베를 짜는 난이와 그녀를 버려두고 떠나는 병구에 대한 이야기다. 여기서는 고려 사람들의 사랑과 옷과 음식에 대해 알려준다.
농촌에서 방아를 찧을 때나 절구질을 하며 부른 노래라고 짐작이 되는 ‘상저가’ 편에서는 배를 타며 일하는 아버지 때문에 선장이 되고자 했으며 그 때문에 다리를 다칠 수밖에 없었던 석구의 슬픈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면서 고려장과 고려의 장례 문화에 대해 알려주며 어촌의 생활모습도 소개해 준다.
이처럼 이 책은 고려가요와 함께 고려 문화에 대해 자세히 알려준다. 연대순은 아니지만 고려의 역사 전반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초등학생들은 들을 기회가 별로 없는 고려가요에 대해서도 알 수 있어서 아주 좋았다. 뭔가 외울 것이 있을 때 노래처럼 부르면 더 쉽게 외워진다. 그래서 영어도 팝송으로 배우면 더 쉽다고 하지 않는가? 마찬가지로 고려가요와 함께 하는 역사 공부여서 더 쉽고 재미있었다. 특히 이 책에 실린 고려가요 7편은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 실린 것들이라고 한다. 하여 이렇게 공부하면 국어와 국사 두 마리 토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