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화원 2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인가 네덜란드의 유명한 풍속화가인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미술 작품인 진주 귀고리 소녀를 모티프로 한 소설인 <진주 귀고리 소녀>를 읽은 적이 있었다. 이 책도 그 책처럼 그림을 중심으로 하면서 우리나라의 천재화가인 김홍도와 신윤복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자의 책이 베르메르의 그림처럼 수수하면서 조용했다면, <바람의 화원>은 추리적인 요소가 많고 신윤복과 김홍도의 그림 비교가 있어서 보다 더 활동적이고 극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바람의 화원>은 1편에 이어 김홍도가 여전히 자신의 화원 친구인 서징과 자신의 스승이자 대화원이었던 강수항의 죽음에 이르게 한 자가 누구인지를 추적하는 과정이 나온다. 물론 그 범인이 누구였고 1편에서 찾고자 했던 장헌세자의 초상화도 찾게 된다. 이렇게 범인을 색출하고 장헌세자의 초상화를 찾는 과정이 극적이며 놀라운 기교를 보여준다.

  1편에서처럼 김홍도와 신윤복의 그림을 대비해서 보는 재미도 좋다. 어떻게 그 두 사람이 비슷한 주제의 그림을 그렇게 많이 그릴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그리고 신윤복을 수하에 두게 된 화상 김조년의 탁월한 그림 감식법, 김홍도가 신윤복에게 가르치는 독화법 등 아주 새롭고 전문적인 이야기들을 읽을 수 있는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었다.

  특히, 그림 속 인물의 배치에서 숫자를 고려했다는 구성 얘기도 신기했고 그림을 통해 신윤복이 김조년을 비웃는 방식도 놀라웠다. 누구나, 그림 속에 분명 화가의 마음이 담겨 있으리라 짐작을 하긴 하겠지만 그 그림을 보고 자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알아챈다는 것, 그리고 그림 속에 숨어있는 상징들을 다양하게 해석한다는 것 등에서 볼 때 역사소설은 물론이고 추리소설로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무척이나 재밌게 읽었다.

  그리고 미인도를 보면서, 이 그림이야말로 동양의 모나리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인도를 그린 신윤복의 정체가 진정 무엇인지 이 책을 읽고 나서 더 궁금해졌다. 그렇게 작품을 많이 남긴 신윤복에 대한 남아있는 역사적인 사실이 거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기반에서 그림만으로 이처럼 재밌는 이야기를 상상해낸 작가가 정말 대단해 보인다.

  어쨌든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 그림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즐겁고 유익했으며, 우리나라의 문화를 바탕으로 한 이런 창의력 있는 콘텐츠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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