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 이해인 수녀의 사모곡
이해인 지음 / 샘터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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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9월에 어머니를 하나님 곁으로 보내신 이해인 수녀의 절절한 <사모곡>이 수록된 책이다. 그렇지만 누구든 이 시집을 읽으면 이해인 수녀의 어머니가 아니라 내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가슴 속에 물밀듯이 차오는 것을 체험할 것이다.

  달력에 빗금을 치면서 돌아가신 어머니가 담궜던 빗금 김치를 떠올리기도 하고, 어머니가 사용했던 빈 방에서 방안 가득한 어머니의 흔적들을 더듬어가는 모습에서 나도 돌아가신 엄마와 아버지가 간절히 그리워졌다. 아마 누구든 그렇게 될 것이다. 부모와 사별을 했건, 멀리 떨어져서 지내건, 아니면 현재 같은 집에서 살건, 부모님의 고마움과 잊고 있던 사랑을 일깨울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부모님을 사별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그 애틋함이 더할 것이다. 나도 엄마는 일찍 돌아가셨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아 더욱 더 아버지 생각이 났다. 아버지의 표정, 아버지가 좋아하셨던 음식, 좋아하셨던 옷, 하셨던 말씀들이 시 구절구절을 읽을 때마다 떠올랐다.

 그러면서 나는 내 아이들에게 어떤 엄마로 비칠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시집 첫머리에는 이해인 수녀의 어머니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가 실려 있다. 엄마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라기보다는 마치 오래 전에 쓰여진 연애편지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왜냐하면 존대체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존댓말이 엄마가 어린 아이에게 존댓말을 가르치게 위해 억지로 쓰는 존댓말이 아니라, 같은 신앙을 가진 사람끼리 서로 존중하고 있다는 게 전해졌다. 또한, 그만큼 이해인 수녀의 어머니가 얼마나 자녀들을 존중했을지도 짐작할 수 있었다. 시 속에서도 살아생전 어머니의 성품이 어떤 분인지를 짐작케 하는 글들이 많다. 화가 나도 자식들 앞이라고 시원하게 소리라고 내지르지 못하고 완곡하게 표현했던 걸 보면 참으로 많을 것 참고 사셨던 분 같다. 우리 부모님 세대 분들은 대부분 그랬던 것 같다. 그렇다면 내 아이들에게 나는 어떻게 비춰질까?

  수녀님의 어머니처럼 철마다 피는 꽃잎이 붙은 향기 나는 편지를 보내지는 못할 망정 늘 공부하라고 윽박질렀던 엄마라는 소리는 듣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실린 시 중에 이런 글이 나온다. 아마 이 글이 바로 이해인 수녀의 어머니를 가장 잘 표현한 글 같다. 장례 미사 중에 신부님의 하신 말씀이었다고 한다.

 “할머니의 삶은

  한 장의 단풍잎 같았지요

  바람에 떨어졌어도

  책갈피에 넣어 간직하고 싶은

  단풍잎처럼 고운 삶은 사셨지요!“

  나도 그런 삶을 살아야겠다. 그리고 우리 부모님들 누구나 자식들을 위해서는 책갈피에 넣어 간직하고 싶은 단풍잎처럼 고운 삶을 사셨음에 틀림없다. 이 시집을 빌어 잠시만이라도 부모님의 은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 자주 부모님의 그리워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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