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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일을 할까? ㅣ 작은철학자
기욤 르블랑 지음, 전미연 옮김, 조센 게르네르 그림 / 웅진주니어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딸이 6학년이다. 6학년 쯤 되면 자신의 꿈을 좀 더 구체화할 시기인 것 같기에 이 책을 읽게 했다. 여기서 꿈이란 정확히 말하지만 직업이다. 이보다 어린 나이에는 그야말로 꿈을 꾸게 된다. 자신의 능력 여하는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좋게 보이는 것을 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초등 고학년 정도 되면 보다 그 꿈을 현실에 맞게 수정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학교에서도 6학년쯤에는 희망 직업과 그 이유에 대해서 조사를 하는 것 같다(우리 아이 학교에서만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이제는 초등생을 겨냥한 직업 소개 책자도 몇 권 나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여 구체적으로 어느 한 직업을 택하기 전에-물론 지금 그것을 정한다고 해고 바뀔 확률이 더 많지만-일에 대해 바른 생각을 가질 수 있게 하기 위해 함께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은 표현 자체는 어렵지 않았지만 다루고 있는 내용이 무척 철학적이다. 나도 예전에 일에 대해 이렇게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에 그 내용이 더욱 더 심오하고 철학적으로 느껴졌다.
우리 자주 이런 물음을 한다. 먹기 위해서 살까? 살기 위해서 먹을까?라는 질문을 한다. 이 질문에 전자를 맞다고 하면 식충인간 같은 느낌이 들고, 후자를 택한다면 보다 고상한 느낌이 난다. 그런데 일에 대해서도 먹고 살기 위해 일할까? 자아실현을 위해 일할까?라고 묻는다면 전자는 힘든 고통이 느껴지고 후자는 너무나 여유만만한 모습이 느껴진다. 사실 둘 다 맞는 것인데...... 일에 포함된 이런 다양한 의미들을 책을 통해 탐색해 볼 수 있다. 여러 철학자들의 말을 통해 일에 대해 다양한 정의를 내려 놓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일하는 것은 인류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것’이라는 정의였다. 노동이 생계수단일 뿐만 아니라 내가 생산한 것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이득을 주는 형태로서 서로가 돕는 인류 공동체의 일원이 된다는 정의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이런 것이 바로 직업에 대해 사명감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정의일 게다.
텔레비전 방송에서 보면 일본에서는 대를 이어 음식점을 하거나 장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았다. 그게 참 신기했다. 더 좋은 일도 많을텐데 왜 그것을 고집할까? 바로 그 일에 대한 자부심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성공한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무슨 일을 하든 전부가 자신의 일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들이었다. 그처럼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가진다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래서 더욱 더 앞서 말한 그 정의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어떤 일을 하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소중하다는 생각과 그 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중국 당나라 때 백장 회해(百丈懷海) 선사는 일일부작 일일불식(一日不作 一日不食)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하루 일하지 않은 자는 하루 먹지 말라’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만큼 일은 인간에게 주어진 소중한 의무인 것 같다.
아직은 아이가 이 책에 나온 모든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인간에게 있어서 일이 아주 소중한 의미가 있다는 것 정도는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아이가 어떤 일을 해야 자신이 즐거울 것인지, 그리고 그 일이 타인들에게도 도움이 될런지를 헤아리면서 앞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아이들이 보통 읽는 책과는 조금 다르고 많은 생각을 요하는 책이어서 다소 어렵게 느껴지긴 했지만 세상에 대해, 그리고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해주는 책이었다.
주위에서 조언하기를, 고학년 정도가 되면 철학책을 많이 읽혀야 생각이 깊어진다고 한다. 그런데 고전 철학책들은 아주 어려울 것 같다. 이런 정도의 철학책이라면 부모와 토론도 가능할 것 같고 아이도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해 볼 수 있어서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