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고전을 읽는가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소연 옮김 / 민음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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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서문에 나온 글 중에, 내가 이 책을 읽고자 했던 이유의 정곡을 찌른 말이 나온다. 사람들은 고전을 읽고 있을 땐 “난 ... 다시 읽고 있어”라고 말한다고 한다. 반드시 ‘다시’가 들어가야 한다. 그것은 바로 유명 작품을 아직 읽지 않았음을 부끄러워하는 사람들의 궁색한 위선을 드러내는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말이 바로 내가 이 책을 읽고자 하는 이유였다. 꼭 읽어야 할 것 같은 고전을 읽지 않았음을 들키기 않기 위해 이렇게 고전의 에센스만 모아 놓은 책이라도 읽어서, 읽은 척 좀 해보려는 마음에서였다.

  고전 또는 명작이라 불리는 책들이 참 많다. 하지만 나는 그런 책들을 많이 읽어보지는 못했다. 하여 늘 고전을 읽고자 하는 마음은 많았지만 쉽게 손에 잡히지 않았다. 어렵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해서.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어떤 책들이 고전의 범주에 속하는지 안내와 최소한 그런 책들의 줄거리 정도는 나오리라 기대하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20세기 현대 문학의 거장이자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문학 세계로 유명한 이탈로 칼비노가 자신이 애독하던 작가 및 작품에 대해 쓴 평론 모음집이라고 한다. 호메로스, 플리니우스, 크세노폰과 같은 고대 그리스  로마 작가에서부터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의 디드로, 볼테르, 근대 소설의 선구자로 흔히 평가되는 ‘로빈슨 크루소’의 다니엘 디포, 19세기 영국 문학의 디킨스, 19세기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 <닥터 지바고>를 통해 현대의 서사시를 창조해 낸 파스테르나크, 이탈리아 중세 르네상스 시대 문인과 현대 작가들, 20세기 현대 문학의 새로운 잠재성을 보여 준 프랑시스 퐁주, 레몽 크노, 보르로헤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대해 평을 실어놓았다. 이 글들은 칼비노가 1950년대부터 써 온 서문이나 짤막한 에세이들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작가의 독자로서의 책 읽기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이 작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러나 그의 눈을 통해 내가 알지 못했던 많은 문학 작품들을 접할 수 있어 좋았다. 거의 400쪽에 걸쳐 35꼭지의 글이 실려 있는데 각 한 편씩 따져도 전부 35작품에 대한 설명이 들어 있는 셈이다. 이 중에는 <로빈슨 크루소>와 같이 널리 읽히고 이름이 잘 알려진 책도 있지만, 톨스토이의 <두 경기병>, 찰스 디킨스의 <우리 서로의 친구>, <마크 트웨인>의 <해들리버그를 타락시킨 사나이>처럼 유명 작가의 덜 알려진(아마 내게만 그럴지 모르겠지만) 작품들에 대한 설명이 들어 있다. 그리고 내가 모르고 있던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나 많이 들어 있다. 그래서 조금 어렵기는 했지만 새로운 모험을 하는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전에도 이 책처럼 문학작품 해설집 같은 책을 읽어본 적이 있는데 의외로 재미있었다. 모르는 작품도 알 수 있게 해주었고 작품이 쓰여질 당시의 시대적 배경, 작가의 성향 등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게 해주었으며 작가에 대해서도 깊이 알 수 있었고 작품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게 해주어서 좋았는데, 이 책도 그랬다.

  앞서 말했듯이 누구나 고전을 읽고 싶어한다. 마치 그게 의무라고 되는 양. 나도 어렸을 때 많은 고전작품들을 읽어보려 애썼지만 쉽지는 않았다. 고전이란 어느 때 읽어도 색다른 감동을 주는 것이라고 한다. 이제 나이도 어느 정도 먹은 만큼 고전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소화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고전 읽기에 도전해 봐야겠다. 이 책에 소개된 작품들부터 시작해 봐야겠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고전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고전에 대해 14가지의 정의를 내려놓았는데, 난 그 중에서도 ‘고전이란 그것을 둘러싼 담론이라는 구름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작품이다. 그리고 그러한 비평의 구름들은 언제나 스스로 소멸한다.’란 정의가 재밌었다. 어떤 작품에 어떤 비평들이 따랐을지를 생각하면서 즐겁게 고전 읽기를 시작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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