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 이야기 신기한 옛이야기 주머니 1
손준영 지음, 이지연 그림 / 비씨스쿨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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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이야기라고 해서 불교에서 말하는 미륵보살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미륵보살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이승과 저승을 다스리게 된 대별왕과 소별왕에 대한 이야기였다. 대별왕과 소별왕에 관한 이야기는 전래동화인 만큼 책마다 많은 책들이 나와 있으며 책마다 조금씩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지만 그 핵심 이야기는 일관된다.

  하늘에 두 개의 해와 두 개의 달이 있어서 낮에는 너무 뜨겁고 밤에는 너무 추워서 사람들이 살기가 무척 힘들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하늘나라에 살던 옥황상제가 하늘과 달을 각각 한 개씩 삼키는 꿈을 꾸게 되고, 인간 세상에 내려가 힘들게 사는 사람들을 도와주라는 것으로 꿈해석을 한다. 그리고는 인간 세상인 지국성에 내려와 총맹부인과 결혼을 한다. 그러자 하늘나라를 오래 비워둘 수가 없어 옥황상제는 총맹부인에게 아들을 낳거든 큰아들은 대별왕이라 하고 작은아들은 소별왕이라고 이름 지으라고 당부를 하고는 하늘나라로 올라간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커서 아버지를 찾거든 박씨를 심게 하라며 총맹부인에게 박씨를 쥐어 주고 떠난다. 그 후 두 형제는 아버지를 만나고 여러 가지 사건을 거쳐 각각 이승과 저승을 관장하는 일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보통 천지창조의 신화를 성경으로만 해석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통해서 보니 이 세상의 창조에 대한 우리만의 이야기가 예전부터 있어 왔던 것이다. 중국에도 천지 창조에 대한 그들만의 신화가 있고, 이집트에도 나름대로의 신화가 있고, 인도 역시 그런 걸 보면, 어느 곳에건 세상 창조에 대한 독특한 신화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성경에서는 창조주인 하느님에 의해 창조의 역사와 인간의 역사가 시작되지만, 이 이야기에서는 미륵에 의해 인간의 역사가 시작된다. 미륵이 나타나 한데 엉켜 있던 하늘과 땅을 갈라놓고 사람을 만든다. 양손에 금재반과 은쟁반을 듣고 기도하자 금빛 나비에게서는 남자 아이가, 은빛 나비에서는 여자 아이가 되었다고 한다. 참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다.

  이렇게 만들어진 세상에 해와 달이 두 개 있어 살기가 어려워지자 옥황상제의 도움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 대별왕과 소별왕이 나타나 해와 달에게 화살을 쏴서 세상에 해와 달을 한 개씩만 남겨둔다. 그리고 이들은 각각 저승과 이승을 다스리는 임무를 맡게 된다.

  이것 또한 신기하다. 성경에서도 천국과 지옥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이승과 저승을 나눠서 생각한 걸 보면, 사람들이 사는 곳은 달라도 생각하는 것은 많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이 이야기에서 인간 창조의 역할을 한 미륵은 미륵보살을 말하는 것 같다. 미륵보살은 후세에 나타나 중생을 구제할 보살이라고 한다. 굳이 이 이야기에서 미륵으로부터 인간이 창조되게끔 한 것은 그만큼 혼탁한 인간 세상을 구원할 사람을 기다리는 메시지가 담긴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이승과 저승을 다스리는 소별왕과 대별왕이 있으니 그들의 심판을 받지 않게 바르게 살라는 말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됐다. 다소 비약일지 몰라도.

  그냥 읽으면 그저 재밌는 옛이야기인 것 같지만, 새겨서 읽어보면 많은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바로 우리 전래 이야기인 것 같다. 그래서 아이들에겐 다소 어려운 내용일 수 있지만 우리에게도 천지창조의 신화가 있음을, 그리고 이승과 저승이 있음을 알려줄 수 있는 그림책이었다. 전반적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은 내용인데 보충 설명이 없었던 것이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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