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 좋은책어린이문고 15
베아트리체 마시니 지음, 김은정 옮김, 이경하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참으로 눈물이 나는 책이었다. 그러면서도 웃음도 나는 책이었다. 내 어머니도 일찍 돌아가셨기에, 그렇게 돌아가신 엄마가 생각나서 더욱 눈물이 났다. 또한 나도 딸을 키우는 엄마여서, 때로는 공감하면서, 때로는 나를 반성하면서 울었다. 분명 어린이도서건만 읽는 내내 어린이를 위한 책이 아니라 세상의 엄마들을 위한 책인 것 같았다.

  이탈리아에서 전쟁의 폭격 때문에 부모가 숨지게 되고 그 때문에 외할아버지와 두 언니와 살게 된 아이의 이야기다. 아이가 아직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그런 일이 일어났으며, 이제 아이는 성당에 딸린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아이는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긴 하지만 엄마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 믿으며 엄마에게 편지를 쓰듯이 글을 쓴다. 엄마 또한 어린 막내딸이 걱정스러워 이승에서의 미련을 버리지 못해 천국으로 가지도 못한 채 유령이 되어 어둠 속에서 딸을 지켜보면서 딸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서로 만나지 못할 곳에 있는 엄마와 딸이지만, 서로가 이야기를 주고받듯이 엄마와 딸의 이야기가 한 편씩 번갈아가면서 쓰여져 있다.

  엄마는 사랑을 듬뿍 주지 못하고 사별하게 된 어린 막내딸에게 몹시 미안하고 걱정스런 마음에 이런저런 신경을 써주면서, 막내보다는 훨씬 크지만 철이 없는 두 딸 이야기, 자신의 첫사랑과 결혼 이야기, 그리고 무척이나 아이들에게 애정이 없었던 자신의 엄마(아이의 외할머니) 이야기 등을 한다. 마치 결혼한 딸에게 나이 든 엄마가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면서 푸념을 늘어놓듯이 말이다. 그러면 딸은 또 어리지만 기숙사에서 있던 이야기며, 언니들 이야기, 할아버지 이야기 등 소소한 생활사들을 엄마에게 들려준다. 전체적으로 슬프지만 아이가 하는 이야기들은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부모를 잃은 슬픔 환경 속에서도 천진난만함과 세상을 밝게 보려는 아이의 마음을 가졌으면서도 때론 조숙함을 보여 주여서 웃지 않을 수 없게 했다.

  그러면서 요즘 나와 매사에 부딪치고 있는 내 딸을 생각해 보았다. 만약 나도 졸지에 이런 처지에 처한다면, 얼마나 후회가 많을까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이 글에서도 어린 막내딸에게 사랑을 듬뿍 주지 못해서 몹시 미안해하는 엄마 영혼의 마음과, 죽어서조차 자신에게 애정 없이 대했던 어머니의 영혼과의 만남조차도 달가워하지 않던 아이 엄마의 마음을 읽고서는, 앞으로는 후회가 없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에게 애정을 듬뿍 주는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끝에, 이제는 딸들이 잘 사는 것을 보고 안심이 된 엄마가 ‘나 갈게’라고 하는 글이 더욱 마음을 찡하게 했다. 역시 모성은 대단한 것임을 깨닫게 했다. 전체적으로 아주 새로운 형식과 내용의 동화책이어서 깜짝 놀라서 읽었다. 그리고 죽음에 대해서도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사랑이 넘치는 모녀관계가 되려면 꼭 읽어야 할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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