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하고 신나는 놀이의 역사 아찔한 세계사 박물관 3
리처드 플랫 지음, 이주희 옮김, 노희성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이집트 문명에 관한 책에서 토기로 만들어진 어린이용 장난감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그 옛날에도 아이들이 있었고 아이들이 갖고 놀던 놀이감이 분명 있었을 텐데, 그런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기에 장난감이라는 말에 적잖이 놀랐었다.

  이 책은 바로 나를 깜짝 놀라게 한 ‘놀이 문화’에 대한 역사서다. 그렇지만 이 책에는 오늘날 우리가 놀이라고 생각하는 단순한 유희적 수준이 아니라, 목숨을 걸고 하는 위험천만한 놀이들이 많았다. 로마 시대에 원형경기장에서 행해진 검투사들간의 시합, 멕시코 아스텍 사람들이 꽃의 전쟁이라 부른 전쟁 놀이, 결투처럼 직접 상대방의 목숨에 위해를 가하는 것은 물론이고, 달리기, 공놀이, 무술, 스키 등 오늘날에 행해지고 있는 스포츠에 모태가 된 놀이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또한 다양한 묘기가 펼쳐지는 서커스, 롤러코스터 얘기 등 다양한 놀이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중에는 오늘날에 행해지고 있는 것과 거의 비슷한 놀이도 많이 있었다. 로마 시대에 행해진 엑스풀심 루데레는 오늘날의 핸드볼과 비슷한 공놀이라고 한다. 또 중앙아메리카의 마야족들이 하던 공놀이는, 고무공을 엉덩이와 팔꿈치와 무릎으로 쳐서 높이 매달린 돌 고리 속에 넣는 경기인데, 삽화를 보니 마치 오늘날의 농구 경기 같다. 마라톤의 유래도 그리스 병사가 승전보를 알린 데서 유래됐고, 스케이팅도 기원전 1000년 무렵 얼어붙은 강을 건너기 위해 시작됐다고 한다. 이런 것들을 보면 오늘날의 많은 스포츠들이 경기 외향만 바뀌었지 예전부터 존재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사냥, 닭싸움과 개싸움, 타조 경주와 달팽이 경주 등 동물을 이용한 여러 가지 시합들과 얼음 속에서 참기 등 각종 참을성 축제들을 보면서 인간의 잔인한 면과 무모한 면도 엿볼 수 있어 다소 씁쓸했다. 이밖에 하늘에서 하는 곡예비행과 베이스 점프, 물속에서 하는 서핑과 스노클링, 얼음판에서 하는 봅슬레이와 스키 점프 등 다양한 장소에서 행해지는 여러 종류의 스포츠가 소개되기 때문에, 아이들이 스포츠의 역사뿐 아니라 현대의 스포츠에 대해서도 개념이나마 알 수 있어 유용하다.

  또한 춤에 대해서도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춤이 고대의 종교 의식의 일부였으며, 중세 유럽에서는 춤 돌림병도 있었고, 로큰롤의 제왕이라 불리는 엘피스 프레슬리의 춤이 점잖지 못해서 텔레비전에서 방영되지 못했다는 일화도 알게 되었다.

  이처럼 이 책에는 사냥, 무술, 각종 운동경기, 춤에 이르기까지 과거의 다양한 여가 활동을 알려준다. 여가 활동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끔찍하고 무모한 것도 많았지만 그 중에서 좋은 것들은 오늘날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인간의 다양한 생활 모습과 도전 의식도 느낄 수 있었고, 과거 상대방의 목숨을 위협했던 놀이들이 모두 없어진 걸 보면 그만큼 인간의 의식도 성숙돼 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다른 역사서들과 달리, 마치 재밌는 잡지 한 편 읽듯이 즐겁게 읽을 수 있었으며 다양한 상식을 쌓을 수 있어 좋았다.

  네덜란드의 문화사학자 J. 하위징아는 그의 저서 <호모 루덴스─유희에서의 문화의 기원>에서 인간을 유희적 존재라고 지칭했다고 한다. 그의 말처럼 인간은 유희적 존재이므로,  그 유희 문화만을 따로 살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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