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으로 타인과 소통하기

우리가 바꿀 수 있어 ㅣ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75
프리드리히 카를 베히터 글.그림, 김경연 옮김 / 보림 / 2008년 9월

친구에 대한 얘기다. 친구 없이 엄마 아빠랑만 놀던 동물들이 친구랑 놀고 싶다고 투정부리는 이야기다. 물고기인 하랄트, 돼지 잉게, 새 필립은 부모에게 친구랑 놀게 해달라고 조른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 이름들을 대면서 그런 놀이를 하면서 엄마아빠랑 재밌게 놀자고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놀이도 친구들과 함께 할 때 더 즐거울 거라고 말한다. 결국 필립은 부모에게 돼지처럼 똥속을 뒤집고 다니거나 물고기처럼 연못을 헤엄치고 싶다고 외치고는 진짜로 연못으로 헤엄을 치러 간다. 필립이 헤엄치려고 허우적대고 있을 때 하랄트가 나타나 수영을 가르쳐준다. 그 기이한 모습을 보고 돼지 잉게도 온다. 그래서 셋은 친구가 되었고 신나게 놀게 된다.

  과연 세 친구가 잘 놀 수 있을까? 물에서 사는 물고기랑 땅에서 사는 돼지랑 하늘을 나는 새가 친구가 되어 노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아이들이라면 가능할 것 같다. 아이들은 워낙에 붙임성도 좋고 상상력도 좋으니까. 그래서 책 제목도 <우리가 바꿀 수 있어>겠지. 아이들의 생각에서는 어떤 일도 불가능은 없을 것 같다.

  여기서도 세 아기 동물들은 상대에 대한 거리낌이나 꼬치꼬치 따져봄 없이 놀 궁리만 한다. 그게 바로 아이들인 것이다. 특히 책 뒷부분에 세 동물이 모두 물구나무를 서서 ‘아니면......아니면......또 어떤 게 있을까? 엄마 아빠도 깜짝 놀랄 만한 생각 말이야.’라면서 놀이를 찾아내는 모습이 얼마나 재밌는지 모른다. 그들의 거꾸로 선 모습이 부모들의 눈에는 아주 엉뚱하고 발랄한 모습을 찾아내려는 개구쟁이 아이들의 모습이 연상돼 귀엽고도 재밌었다. 비록 작게 그려졌지만.

  이 책의 세 친구들을 보면서 인종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황인종, 백인종, 흑인종. 인종차별이 많이 없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것 같다. 이 책의 세 친구처럼 이 세 인종도 서로 마음 깊이 이해하고 정을 나누는 진정한 친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고기, 돼지, 새가 서로의 사는 공간이 어찌하든 간에, 그 경계를 따지지 않고  순수한 마음으로 재밌는 놀이를 찾으면서 진정한 친구가 되었듯이, 우리 어른들도 그 생김이 어떻든간에, 가진 정도가 어떻든 간에 진심으로 타인과 소통할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하랄트, 잉게, 필립이 부모에게 친구랑 놀고 싶다는 조르는 모습에서 내 아이의 모습도 겹쳐 떠올랐다. 요즘 아이들은 너무나 놀 시간이 없다. 아이들에게 노는 것의 진정한 즐거움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