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정록 - 러시아와 싸운 조선군 사령관 신류가 남긴 병영 일기 샘깊은 오늘고전 7
이윤엽 그림, 유타루 글 / 알마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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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정록. 낯선 이름의 책이다. 한중록, 계축일기, 난중일기 등 조선시대의 인물들이 남겼던 일기가 몇 권 있지만, 청나라의 요청에 의해 청과 러시아의 전쟁에 투입된 우리 조선군 사령관이 쓴 이 일기는 처음 들었다. 이 책에서도 처음으로 한글화해서 소개한다고 쓰여져 있다. 그만큼 쉽게 볼 수 없었던 이야기여서 관심이 갔다.

  15세기 말엽부터 러시아는 야생 여우 가죽과 야생 담비 가죽을 이웃나라에게 팔아 세력을 키우기 시작했는데, 더 많은 야생 가죽들을 얻기 위해 동진하게 되고 결국에는 1647년에는 북태평양 연안에 도달해 바다 이름을 오호츠크해라고 이름 붙이게 된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는 1638년 예니세이 강의 식민도시와 야쿠츠크를 발판 삼아 남쪼긍로 내려와 헤이룽강 유역에 이르고 그 주변 원주민 부락을 침략한다. 이로써 러시아의 청의 마찰이 시작된다.

  우리나라는 병자호란의 패배 이후에 청의 군사 원조 요청을 거부할 수 없는 입장이 된다.삼전도의 굴욕을 치른 인조가 세상을 떠난 뒤 효종이 즉위하여 청나라에 대항하고자 포수를 집중적으로 육성한다. 하지만 이 포수들을 청나라가 러시아와 싸울 때 원정을 보내야만 했다. 1654년 함경도 병마우후였던 변금 장군으로 사령관으로 삼아 125명의 군인들을 파병하게 된다. 이를 1차 나선정벌이라고 하는데 이 때 조선군은 출동한 지 84일만에 무사회 회령으로 돌아온다.

  그 후로도 러시아가 물러가지 않고 약탈을 일삼자 1658년 청은 다시 세규모 원정을 준비하며 조선에게 포수의 파병을 요청한다. 이에 효종은 함경도를 지키고 있던 신류 장군에게 정예 포수 200명이 포함된 원정 부대를 주어 출동시킨다. 이것을 2차 나선정벌이라고 한다.

  북정록은 바로 이 신류 장군이 나선 정벌에 출정할 병사들을 뽑는 1658년 4월 1일부터 그 해 8월 27일 귀국할 때까지의 기록이다. 일기인만큼 이야기처럼 전쟁에 대한 화려한 묘사와 극적인 반전은 없다. 하지만 힘이 없는 나라의 병사가 겪었던 비애와 나라를 걱정하고 병사들을 염려하는 한 장군의 아름다운 마음씨를 엿볼 수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지도를 보면 알 수 있지만 회령에서 닝안, 쑹화강, 헤이룽강까지 걸어가서, 적에 대한 상세한 정보도 없이 말도 통하지 않는 청나라 병사들과 하게 하는 싸움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몸은 물론 마음도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다. 전쟁이라는 것 자체가 목숨을 걸어야 하는 무서운 일인데, 게다가 내가 아는 곳도 아닌 다른 곳에서 남의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어야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이 책을 보면 그런 병사들을 위로하고 앞으로는 이와 같이 남의 나라 전쟁에 조선군이 동원되는 뼈아픈 일이 없기를 바라는 신류 장군의 마음을 잘 엿볼 수 있다. 또한 조선 포수의 실력이 당시로서는 대단했음도 알 수 있다. 

  우리가 잘 모르고 있던 역사적 사실인 나선정벌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신류 장군은 일기가 끝난 뒷장에다 청나라가 다시는 출동 요구를 하지 않기를 기원했는데, 그 분의 기원이 있어서였을까, 그 후에는 청나라의 파병 요구가 없었다고 한다. 어쨌든, 국력이 커지지 않으면 이렇게 남의 나라 일에 우리 국민들을 힘들게 해야 하는 일이 발생함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물론 이런 일은 아직도 있다. 현대에 유엔 평화 유지군으로 우리 군인들을 파병할 수밖에 없는 것도 마찬가지 사례이다. 북정록이 전하는 메시지를 거울삼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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