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새 우는 밤 반달문고 25
오시은 지음, 오윤화 그림 / 문학동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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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운 여름에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제목처럼 으스스한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귀신 이야기를 해주는 공포물이 아니라, 아이들이 기이한 귀신 체험 이야기들을 하면서 스스로 마음을 치유해주고 친구간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쉽게 말해서 공포물을 통한 우정 문제 치유책이라고나 할까...... 소재가 아이들이 좋아하는 귀신이야기면서 학교에서 아이들 사이에서 쉽게 일어나는 관계를 다루고 있어서, 아이들이 더욱 관심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줄거리는, 수련회에 간 4학년 아이들이 모둠을 짜서 밤에 숲길을 헤치고 숙소에까지 오는 것인데, 그 중 한 모둠이 숲에서 길을 잃게 된다. 다행히도 산속에서 바위에 치성을 드리는 할머니를 만나고 그 할머니 덕분에 아이들은 무사히 숙소에 돌아오지만, 아이들은 할머니가 치성을 드리는 한 시간여 동안을 숲 속에서 기다려야 했다. 이들은 기다리면서 우연하게 귀신 이야기를 하게 된다.

  범생이 승민이, 삐딱이 나영이, 투명인간 창수, 왕따 영호 네 아이가 한 모둠인데, 아이들과 스스로 어울리지 못해서 자칭 투명인간이라고 생각하는 창수가 먼저 이야기를 꺼낸다. 창수 가족은 귀신새가 우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한적한 골짜기로 가족이 휴가를 갔는데 그 골짜기의 계곡물에서 창수가 수영을 하다가 익사할 뻔한 사고를 겪게 된다. 창수는 그 때 물속에서 만난 귀신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 동네 사람들은 그곳을 아기가 죽은 연못이라고 해서 아기못이라고 하며 그곳에서는 자주 익사사고가 일어난다고 한다.

  또 아이들에게 뚱뚱하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하게 된 영호는, 방과 후 학교에 알림장을 가지러 갔다가 혼자 놀고 있는 아이와 비석치기를 하면서 놀게 된다. 그 아이의 모습이 여느 아이와는 달라보였지만 너무 외로워 보였고 그 애의 모습을 보면서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자신이 떠올라서 영호는 그 아이와 즐겁게 논다. 그런데 다음날 그 아이가 몇 년 전에 학교에서 죽었던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매사에 화를 잘 내서 삐딱이라 불리는 나영이는 낮잠을 가다가 우는 아이에게 이끌려 멀리까지 갔다오게 되는 일을 겪었다. 알고 보니 그 우는 아이는 자신이 어렸을 버린, 엄마가 사주셨던 인형임을 알게 된다.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엄마와 살지 못하게 되면서부터 엄마를 늘 미워했었는데 그 속마음은 사실은 엄마를 몹시도 그리워했었음을 그 인형 귀신이 다녀가고 난 뒤에 나영이는 깨닫게 된다.

  아이들은 이렇게 친구들이 하는 귀신 이야기를 들으면서 귀신을 무섭게 생각하기보다는 외롭고 힘든 친구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수단으로 생각하게 된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왜 나영이가 툭 하면 화를 내는지, 영호는 왜 왕따가 되었고, 얘기도 잘 하는 창수가 왜 그동안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는지 등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서로의 마음을 보듬을 줄 아는 존재가 되겠다고 발전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 애들 학교에서도 수련회를 간다. 나는 그동안은 아이들이 수련회에 가는 것에 대해 그다지 긍정적인 생각을 해보지 못했는데, 그 시간이 이렇게 아이들이 서로를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러면서 귀신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은 귀신처럼 없는 듯이 대하는 태도가 더욱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곁에 있어도 있는 줄을 모르고 관심을 갖지 않는 것, 바로 무관심, 그것이야말로 바로 사람 사이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인 것 같다. 그 전에는 서로에 대해 귀신만큼이나 아는 바가 없었던 아이들이 서로에 대해 마음을 익혀가는 과정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귀신을 몰아내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세상이 우스스하고 무섭게 느껴지는 귀신새 우는 밤이 아니라 항상 웃음이 끊이지 않는 밝은 낮이 되기 위해선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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