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미술 차가운 미술
이일수 지음 / 인디북(인디아이)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알고 가면 미술관엔 그림이 있고 모르고 가면 미술관엔 그림이 없다’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부제에서 지적했듯이 아이들을 데리고 미술관에 비교적 자주 가는 편이긴 한데 다녀오면 왠지 마음은 뿌듯한데 기억에 남는 게 별로 없다. 엄마인 나도 미술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 아이에게 자세히 설명을 못해 주다보니 아이에게 들려줄 얘기도 없고 아이는 아이대로 엄마의 이끌림에 따라 왔으니 그저 의무감처럼 군말 없이 휙 한 번 둘러보고 나오기 일쑤다. 이런 안타까운 미술관 관람 태도를 바로잡고 그 시간을 좀 더 실속 있고 귀중한 시간으로 만들 수 있게 도움이 주기 위한 것이 바로 이 책의 목적인 것 같다.

  처음에 제목만 봤을 때에는 이 책 역시 화보집이거나 작품 설명집인 줄 알았다. 그런데 살펴보니 그것보다 훨씬 실속 있는 책이었다. 미술관 나들이가 좀 더 유익하고 그림을 볼 줄 아는 시간이 될 수 있게 많은 조언을 해준다. 미술관 나들이에 앞서 보게 될 그림들에 대해 미리 공부하고 갈 것, 바른 관람 태도는 물론이고 박물관, 미술관, 화랑의 차이도 알려주며 더 나아가 미술품 소장 요령에 대해서도 잘 알려준다. 특히 용돈을 모아 김형구 화백의 그림을 소장하게 민수 이야기는 많은 울림을 주었다. 미술품을 소장하려면 고가의 돈이 들겠거니 생각했던 나 같은 평범한 사람도 미술품을 구입할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주었다. 물론 얼마 전에 폐막한 아시아프를 보면 미술품도 화가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이제는 많은 사람들의 미술품 소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 구입과정 또한 궁금했었는데 그 글을 통해 궁금증을 다소 해소할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2장에서는 전시장에 대한 비밀들을 속속들이 알려준다. 전시도록 구입 여부, 도슨트와 큐레이터의 역할, 전시장 벽이 하얀 이유 등등 일반인들은 모르는 전시장의 속내를 잘 귀뜸해 준다.

  3장에서는 작품을 대상으로 보다 실질적인 관람법을 알려준다. 특히 그림을 보는 태도에 대해 ‘코끼리처럼 무겁게, 독수리처럼 날카롭게, 원숭이처럼 의심을’이라는 자세를 가질 것을 제안하고 있다. 게다가 왕초보자냐, 초보 딱지는 뗀 관람자냐에 따라 교과서에서도 안 가르쳐 주는 미술 감상법을 자세히 설명해 놓았다. 그리고 구체적인 작품을 예로 들면서 동양화와 서양화 관람법의 차이에 대해서도 설명해 준다. 아울러 일반인들이 관람을 어려워하는 추상화에 대한 설명과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뜨거운 미술과 차가운 미술에 대한 정의도 알려준다.

  마지막 장에서는 현대 미술 사조에 대한 설명과 우리나라에 있는 대형 미술관 목록, 도록에 자주 수록되는 어려운 용어들을 설명해 놓았다. 특히 미니멀 아트, 레디 메이드, 기네틱 아트, 극사실주의, 팝아트 같은 현대 미술 사조에 대한 설명과 우리나라 대형 건축물 앞에 놓여있는 값비싼 미술 작품에 대한 소개는 더욱 유용했다. 현대 미술 사조에 대한 이야기는 신문지상에서도 자주 언급되고 여러 작가의 작품들을 모아서 전시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 정의부터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해서 이해가 부족했던 부분이 많기에 유용했다. 또 대형 빌딩 앞에 있는 건축물들의 경우에는 으레 겉치장으로 건물 앞에 놓은 작품이라 별 가치 없이 보았는데 의외로 값비싼 작품들이어서 놀라웠다.

 아무튼 이 책을 통해 미술품을 감상하는 법도 자세히 배웠고 미술사조에 대해서도 폭넓게 알게 되었다. 앞으로는 좀 더 여유 있는 미술관 관람이 될 것 같고 아이들에게도 좀 더 너그러운 시간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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