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풀꽃 정채봉 전집 동화 2
정채봉 지음, 정해륜 그림 / 샘터사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소박하지만 따스해 보이는 표지만큼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이야기가 가득한 책이다. 정채봉 님의 글을 읽을 때마나 감동 없이 읽은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이 책 또한 마찬가지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이름이 나지 않은 보통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어쩌면 이토록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끄집어낼 수 있는지 작가의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에는 초등 국어 교과서 4학년 2학기에 수록된 ‘흙 한 줌’을 비롯해 전부 15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 이야기들의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바람, 풀꽃, 달빛, 솔, 학, 별, 돌, 흙 등 자연에 대한 소재가 많다. 자연을 사랑하고 그만큼 사람을 사랑하는 작가의 성품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 모두가 감동적이었지만 나는 특히 ‘별’이라는 작품이 마음에 와닿았다. 남편 월급으로는 살림이 빠듯한 집안에서 어린 아들이 백화점에 가자고 조르자 엄마는 한숨부터 나온다. 아이가 자꾸 조르자 아빠가 월급을 타면 가겠다고 약속을 했지만 아이가 값비싼 로봇 장난감 앞에서 사달라고 떼를 슬까봐 엄마는 벌써 걱정이 된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가니 머리를 수술받아야 한다고 한다. 수술 받는 날, 엄마는 대수술이기에 수술이 잘못 될까봐 몹시 걱정이 되어서 아이에게, 혹시라도 수술을 받는 중에 하느님을 만나게 되면 엄마, 아빠랑 더 살게 해달라고 빌라는 말까지 한다. 그런 엄마에게 아들은 말한다. 걱정 말라고, 빨리 나아서 엄마 선물 사러 백화점에 가야 한다고 말한다. 기운 속옷을 입고 있는 엄마를 위해 그동안 돈을 모아놓았노라고......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머지 이야기들은 이런 감동이 있는 글이다. ‘그리고 또 나머지’라는 이야기에서는 네 잎 클로버를 찾은 동생이 그 잎을 따서 한 쪽 다리가 없는 누나의 책 속에 끼워두려고 하자, 누나가 동생에게 말한다. “아니야. 따서 가져가 버리면 안 돼. 우리는 이미 보았으니까 행운을 지니게 된 것이나 다름없어. 그런데 우리가 이 네 잎 클로버를 독차지해 버리면 우리만의 행운으로 그치고 말 게 아냐.”란 말이 나온다. 얼마나 아름다운 생각인가?

  다른 사람에 대한 따뜻한 사랑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의 소중함을 마음 가득히 배울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성공하라고만 가르쳤지, 세상의 소중함에 감사하고 함께 사는 사람들에게 배려하고 나누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사람이 되라고는 가르치지 않고 있는 요즘에 꼭 읽혀야 할 책인 것 같다. 너무 아이들에게 공부, 공부만 강요했던 것 같다. 정말 소중한 것은 그게 아닌데... 바람 하나에도 감사하고 풀 한 포기도 소중히 여길 수 있는 마음과 다른 사람을 배려할 수 있는 마음,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또 그런 긍정의 마음을 가진 아이들이 밝은 세상을 이끌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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