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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정벌군 1
제성욱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조선의 역사에 비해 비교적 자세히 알지 못하는 고려의 역사를 다룬 내용이기에 무척 재밌게 읽었다. 게다가 정확한 사실은 알지 못한 채 ‘몽골의 두 차례에 걸친 일본 원정이 태풍으로 인해 실패했다’라는 단편적인 사실만 알고 있었는데, 그에 대한 상세한 기록이라 하기에 더욱더 관심을 갖고 읽을 수 있었다.
‘고려’ 하면 태조 왕건이 건국했다는 것을 제외하면, 나중에는 무인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몽골이 세운 원나라에 조공을 바쳐야 할 정도로 속국이 되었다는 수치스런 역사만이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가 궁금했다. 이 책은 저자가 2년여에 걸친 철저한 역사적 고증과 십여 차례의 전쟁 사적지 협장 답사를 하면서 역사에 충실하려고 노력한 책이라고 한다. 이처럼 상당 부분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었겠지만 또한 소설이기에 허구인 부분도 많을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김방경 장군은 고려를 탄압하고 있는 몽골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그리고 대륙으로 세력을 뻗기에는 이미 막혀버린 고려의 세력을 확장하기 위한 방편으로 일본 정벌을 꾀한다. 하지만 그런 일을 고려만의 힘으로는 할 수 없기에 몽골의 황제였던 쿠빌라이 칸에게 일본 정벌을 제안하고 몽골군과 연합하여 일본을 정벌하기로 한다. 1274년에 처음 시작된 일본 정벌은 김방경 장군의 치밀한 계획 덕에 처음에는 승리를 하나, 전쟁에서 승리한 공을 가로채려는 몽골군에 의해 연합 작전 계획은 실패로 돌아가고, 결국에는 태풍을 만나 실패를 하고 만다. 처음 정벌 시기를 정할 때에 김방경 장군은 태풍을 우려해 정벌 시기를 늦출 것을 제안하나 몽골군에서 서두르는 바람에 결국에는 태풍을 맞게 된다. 이 책은 바로 이 1차 일본정벌에 대한 이야기다.
왜 일본 정벌을 고려가 제안해서 했어야 했는지, 그 진행 과정은 어떠했고, 그 결과는 어떠했는지 자세히 알려준다. 특히 전투에 관해서는 일본 지도와 함께 상세히 소개해 놓았기 때문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몰랐던 당시 고려의 권력의 향방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알 수 있으며 우리의 배 만드는 기술이 옛날부터 뛰어났음을 새삼 알 수 있다.
특히 김방경 장군은 몽골의 침략에 항복하였던 고려 왕조에 맞서 계속적인 저항을 했던 삼별초를 탄압했기 때문에, 마치 고려를 몽골에 팔아넘긴 배반자처럼 평가를 받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니 그런 평가와는 달리 지혜로웠으며 의리가 있던 장군이었던 것 같다. 물론 이 책의 평가만을 전적으로 믿을 수는 없겠지만, 역사를 보는 시각을 넓게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몽골에 끝까지 대항하는 것이 옳았었는지, 아니면 당장은 치욕적이겠지만 그 세력을 이용해 또 다른 살 길을 찾는 것이 옳았었는지는 사실 중요한 것이 아닌 것 같다. 어떤 것이 중요하든 역사는 이미 정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그 때의 일을 기억하고 교훈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몽골의 탄압 속에 있으면서도 나름대로 그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썼던 우리 선조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어서 조금은 통쾌했다. 원나라 황실에 볼모로 잡혀진 고려의 왕자들이 원나라의 풍속을 따르고 귀국을 하고서도 나라를 바로세울 생각은 안 하고 권력에만 집착해온 모습에 대해 들었을 때에는 무척 화가 났었다. 물론 내가 살기 위해 무자비하게 다른 나라를 정복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 쳐들어와 함부로 노략질하고 백성을 괴롭히는 일본인들을 벌하고 난국에 빠진 고려 정국을 혁파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내심 노력했음을 볼 수 있어서 고려에 대한 평가가 조금은 달라질 것 같다.
이 책에서도 나와 있듯이 역사를 달리 해석하는 것만이 역사 왜곡은 아닐 것이다. 역사를 제대로 밝히지 않는 것 역시 역사왜곡일 것이다. 비교적 덜 알려진 고려의 역사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