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살개와 아픈 우리 역사

삽살개 이야기 ㅣ 눈높이 책꽂이 1
고수산나 지음, 정현주 그림 / 대교출판 / 2002년 1월

  예전에 우리 문화 행사에 가본 적이 있는데, 그 때 삽살개보존위원회라는 곳에서 우리 나라 삽살개가 어떻게 생겼는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삽살개 두 마리를 데리고 나와서 보여주면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소개하는 것을 본 기억이 난다. 이 책은 삽살개가 우리 나라 고유의 개이면서도 왜 멸종될 뻔했는지 그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준다.

  삽살개는 삼국시대에 김유신 장군이 군견으로 전쟁터에 데리고 다녔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오래 전부터 우리 민족과 생활을 같이 해 온 우리 나라 고유의 개이다. 생김새는 덩치가 크고 털이 더부룩하며 털이 눈을 가릴 정도다. 또 ‘귀신을 쫓는 개’라는 별명이 붙어 있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는 삽살개가 캄캄한 밤에도 용감하게 집을 지켜 귀신도 놀라 도망간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그런데 일제시대에 일본이 우리의 전통과 문화, 정신까지 없애기 위해 억압했을 뿐 아니라 나중에서 집에서 키우던 삽살개마저 빼앗아갔다고 한다. 일본 사람들은 우리나라 고유의 개인 삽살개를 모조리 잡아다 죽이고, 삽살개의 털로 털신을 만들고 옷까지 해 입는 나쁜 짓을 저질렀다고 한다.

  우리 주위에서 삽살개를 쉽게 볼 수 없는 것도 그 때 많이 죽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전통개인 삽살개가 거의 멸종될 뻔했지만 이제는 보전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집에서 키우는 사람들도 늘어났다고 한다.

  이 책은 일제시대 때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던 석이네 이야기다. 석이네는 논을 일본군들에게 빼앗기고 소작을 짓는 신세가 되었고, 스물 살 먹은 형은 일본군에 끌려간다. 또 삽살개인 복슬이마저 일본에 의해 죽게 된다는 이야기다. 일제시대에 일본 사람들이 얼마나 우리 민족을 억압했는지 잘 알 수 있다.

  우리 역사에는 기쁜 일과 슬픈 일이 함께 있다. 그런데 요즘에는 기쁜 일만 되새기려고 하고 있는 것 같다. 만주벌로까지 영토를 확장한 광개토대왕, 한글 창제 등 조선의 문화 발달에 큰 기여를 한 세종 대왕, 임진왜란 때 일본군들을 대파한 이순신 장군 등 위대한 업적을 이룬 위인전 위주의 역사만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런 분들의 훌륭한 점들을 본받고 우리 기상을 드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아픈 역사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슬픈 일보다는 기쁜 일을 추억하려 한다. 하지만 역사는 그런 추억과는 다른 것이다.

  이 책에서도 지적했듯이 과거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반성 없이 현재와 미래를 맞는 것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과 같다는 말이 나온다. 그리고 나치에 의해서 고통을 당했던 유대인들이 ‘통곡의 벽’에 ‘용서하라. 그러나 잊지는 말아라’라고 써놓았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도 용서는 하되 잊지 않기 위해서는 당시 상황을 잘 알려주는 책들을 아이들에게 많이 읽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