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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추악한 배신자들 - 조선을 혼란으로 몰아넣은 13인
임채영 지음 / KD Books(케이디북스)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한동안 ‘친일인명사전’을 편찬한다든지 하면서 뒤늦게나마 우리나라가 일제 탄압시절에 있을 때 못할 짓을 하고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던 친일파를 가려낸다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었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헐벗고 모진 고생을 했던 독립군의 후예들은 여전히 힘들게 살고 있는데 반해, 친일파들은 일제 때 나라를 팔아서 크게 늘린 재산을 가지고 떵떵거리며 잘 사고 있다. 이런 잘못들은 꼭 바로잡아야 할 일이었기에, 비록 그 때가 많이 늦기는 했지만 잊지 않고 행해지기에 내심 바른 조사와 평가가 있기를 기대했었다. 그런데 그 일이 유야무야 돼버렸다. 너무나 아쉽다.
어떤 책을 읽어보니 유태인들은 자신에게 잘못 한 독일 사람들을 용서하기는 하지만 결코 그 일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일본을 용서해서는 안 된다고 우기면서도 그 일을 쉽게 잊는 것 같다고 꼬집어서 말한 글을 본 적이 있다.
과거는 그런 것 같다. 이미 지난 일이기 때문에 어차피 없던 일로 되돌릴 수는 없다. 그 일을 잊지 않고, 거기서부터 가야 하는 바른 길을 찾아내고 나은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바로 역사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고 바로 그 교훈을 얻기 위해서 역사를 공부하는 것 같다.
이 책은 일반적으로 보게 되는 다른 역사서들과는 달리 사람들을 중심으로 조선의 역사를 알려준다. 그것도 조선의 역사를 빛낸 사람들이 아니라, 그들이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조선의 역사를 더 빛나게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한마디로 조선의 발전을 저해한 나쁜 사람들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씻지 못할 죄를 저질렀으면서 비인간적인 행위를 했던 사람들이다.
우선, 조선을 혼란으로 몰아넣은 5인이라고 해서 한명회, 유자광, 임사홍, 이이첨, 김자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인세상이라고 해서 수렴청정이라는 미명하에 마음껏 권력을 휘둘렸던 문정왕후와 정순왕후 김씨, 순원왕후 김 씨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또 조선을 역사에서 퇴장 시킨 5인방이라고 해서 쉽게 말해서 친일5적으로 지칭되고 있는 이근택, 이지용, 박제순, 이완용, 권중현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조선에 대해 우리 민족이 건국한 나라 중에서 가장 통치제도, 사회제도가 완성된 나라였다고 판단하는 시각도 있고, 반면 조선을 우리나라의 활동무대를 한반도를 좁히고 명과 청에 대한 사대를 통해 자주성을 훼손한 국가로 파악하는 시각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어떤 시각에도 불구하고 조선은 이 땅에 존재했던 나라이고 이 땅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징검다리 같은 역할을 했던 시대였다. 그런 만큼 우리의 현재 생활에 끼치는 영향이 가장 많은 시대다.
그래서 조선은 우리에게 더 친숙한 시대이고 우리가 더 많이 알아야 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저자가 이렇게 우리의 가리고 싶은 역사이기도 한 부분을 들추어낸 것은 우리의 주변 여건상 언제라고 ‘국익’을 내세우며 이들과 똑 같은 행위를 저지를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의 추악한 행동들을 거울삼아 다시는 민족에 반역하고 정의롭지 못한 일을 하는 악행을 저지르는 일이 없어야겠다. 바로 이것이 이 책의 목적이며 역사를 공부하는 목적이 될 것이다.
이렇듯 이 책은 다른 역사책들과 다른 양식이어서 새롭고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세상이 이런 배신자들의 손에 의해 쉽사리 좌지우지됐던 것들이 몹시 화나고 분통이 터졌지만, 다시는 이런 일들이 되풀이되지 않게 우리 국민 모두가 우리나라가 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정치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겠고 국민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일에도 적극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역사의 일들을 과거의 일이라고 제쳐두고 쉽게 잊는 일들을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