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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친구 ㅣ 웅진 세계그림책 125
앤서니 브라운 지음, 장미란 옮김 / 웅진주니어 / 2008년 4월
평점 :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은 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이야기 자체도 재미있지만 그림으로 전하는 무언의 이야기가 의미 있고 찾아보는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볼 때마다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되는 느낌이 든다.
알다시피 앤서니 브라운은 <고릴라>, <돼지책>, <우리 엄마>, <우리 형>, <미술간에 간 윌리>, <앤서니 브라운의 행복한 미술관>의 작가이며, 주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그렸다. 별 것 아닐 것 같은 평범한 이야기도 그의 손을 거치면 훌륭한 이야기가 되고 재밌고도 의미 있는 그림으로 펼쳐지는 것 같다.
<우리는 친구>에도 그가 사랑하는 고릴ㄹ라가 캐릭터로 나온다. 고릴라를 어찌나 잘 그렸는지 그 눈 속을 보면 마치 살아있는 것 같고 그 감정 상태가 확연히 드러나 보이게 그렸다. 슬플 때는 슬픔이 가득한 눈으로, 기쁠 때는 또 얼마나 흐뭇한 표정이 드러나는지 함께 슬퍼하고 함께 웃음 짓게 한다.
책은 동물원에 있는 고릴라가 친구가 필요하다고 사육사들에게 수화로 말함으로써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런데 동물원에는 다른 고릴라가 없다. 그래서 ‘예쁜이’라는 작은 고양이를 같은 우리 속에 넣어준다. 그래서 둘이 친구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고릴라가 곤경에 처했을 때 고양이가 도와준다는 내용이다.
곳곳에 고릴라 못지않게 앤서니 브라운이 좋아하는 꽃 그림의 벽지와 소파가 나온다. 그리고 내용 중간쯤에는 유명한 명화 한 점이 나온다. 자러 가러 고릴라와 고양이의 모습과 함께. 그 그림을 어디서 봤는데 이름이 생각이 안 나서 한참 찾아봤다. 작가는 대충 알겠는데......찾아보니 르네상스의 거장이자 풍경화를 개척한 네덜란드의 대표적 화가 피테르 브뢰겔의 명화 <이카로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이었다. 한가로운 풍경과 달리 끔직한 내용을 담고 있는 이 그림은 아마 곧 고릴라가 맞이할 작은 슬픔을 예고하는 것 같다.
고릴라는 고양이와 헤어지게 될 뻔했지만 둘은 위기를 극복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 행복한 순간을 상징하는 것으로 장미가 그려져 있다. 가시와 함께. 행복에는 고통스런 시간도 있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일까? 어쨌든 친구란 서로를 위해 주는 것이고 위기의 순간을 함께 극복할 수 있는 존재임을 잘 보여준다. 고릴라와 고양이로 서로 다른 존재이고, 심지어는 사육사들이 고릴라가 고양이를 해코지할까봐 걱정할 정도로 서로 어울리지 않는 존재이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고 서로를 위하다면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얘기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