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식물 도감
박상용 지음, 이주용 그림 / 보림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시댁이 바다에서 멀지 않은 곳이기에 갯벌에 몇 번 가봤었다. 그러면서도 갯벌에 사는 식물을 본 기억은 한 번도 없다. 이 책에서도 지적했듯이 내가 관심이 없어서 못 봤을지도 모르겠고 사람들의 발길을 피해 그 식물들이 구석진 곳에 피었기에 사람들 눈에 안 띄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번에 강화 갯벌에 갔을 때에는 갯벌을 빨갛게 물들인 칠면초가 눈에 들었다. 아마 갯벌에 가기 전에 칠면초에 대해 설명을 듣지 않았더라면 그 식물이 눈에 들어오지도, 기억에 남지도 않았을 것이다.

  갯벌에 가기 전에 들었던 역사 특강에서 칠면초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일곱 번 색깔이 바뀐다고 해서 ‘칠면초’라고 하며, 강화도에서는 그 풀을 징경이풀이라고 한다면서 병자호란 당시에 강화도 수비대장을 지냈던 김경징이라는 인물과 그 풀 이름에 대한 유래를 들었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 풀이 더 크게 눈에 들어왔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내가 다른 풀들에 대해서도 미리 알고 있었다면 갯벌에 가서 한 번쯤은 그런 풀들을 찾아봤으리라. 이 책을 출판한 보림에서 발간한 <태안 신두리 모래 언덕에 핀 꽃>이라는 책을 통해, 그 황량한 모래 언덕에도 꽃이 핀다는 사실을 알고서 얼마나 깜짝 놀랐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런 모래 언덕 말고도 갯벌에도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니 정말 놀라웠다. 

  최근에 서해안 갯벌 세 곳을 가봤는데 갯벌이면 모두 똑같은 줄 알았는데, 해수욕장의 모래가 지역에 따라 다르듯이 갯벌도 달라서 신기하게 생각했었다. 갯벌도 지역에 따라 고운 진흙 펄이 있는 곳과 모래와 펄이 섞인 갯벌이 있다. 그렇게 갯벌의 차이에 따라 서식하는 식물들도 달랐다.

  이 책은 그런 식물들을 세밀화로 보여주어서 더욱 정감 있게 보이게 한다. 그러면서 그 식물들의 특징을 상세히 설명해 놓았고 꽃이 피는 과정과 열매 및 씨앗들의 모습도 자세히 그려놓았다. 이 책에 실린 식물은 모두 38종으로 우리가 관심을 갖고 살펴보면 흔히 만날 수 있는 종류라고 한다. 앞서 말했듯이 그 식물들을 서식지에 따라 모래 섞인 갯벌, 펄 갯벌, 모래 언덕으로 세 무리로 나눠 수록했는데, 수록 순서는 다 자란 키가 작은 것에서부터 큰 순서를 실었고, 같은 과에 속하는 것은 한데 묶어서 실었다고 한다. 또한 그런 식물들을 찾아내기 위해 찾아가 본 곳들에 대한 지도도 그려 놓았다. 짧지만 서해안에 대한 갯벌에 대한 정보와 충남과 강원도에 있는 모래언덕에 대한 정보도 제공한다.

  바닷가 식물들은 소금기가 많은 땅에서 바다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람을 이겨내고 또한 낮과 밤의 큰 기온 차이를 이겨내며 자라는 질긴 생명력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갯벌을 메우는 간척사업에 의해 갯벌도 사라지고 그만큼 개펄 식물들도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요즘은 갯벌이 귀중한 자연 자원임을 인식하고 환경 보호 차원에서 갯벌을 보호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 갯벌 보호와 함께 갯벌 식물도 아울러 보호해야 한다. 습지는 람사조약에 의거해 세계적인 보호 운동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갯벌도 그런 대대적인 보호 운동을 통해 잘 보호해야겠다. 이 책에 실린 바닷가 식물들이 계속해서 지금의 그 자리에서 잘 자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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