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왕국 알람사하바 보림 창작 그림책
윤지회 글.그림 / 보림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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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의 왕국이라는 제목에서 왠지 상상력이 가득 펼쳐지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기대했었다. 구름 하면 폭신폭신한 느낌이라든가, 여유 있는 느낌이 떠오른다. 비바람을 몰고 오고 먹구름과 뜬구름 잡는 얘기에서 말에서 풍기는 부정적인 이미지의 구름도 있지만, 동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구름의 이미지는 장난기가 있으면서 밝은 느낌이 많기 때문이다.

  태양볕이 이글거리는 알람사하바 사막은 아마 중동 지방에 있는 것 같다. 낙타를 타고 이 사막을 건너서 물건을 팔러 가는 아딜 씨의 옷차림을 보니 그런 것 같다. 아딜이 지나가는 중에 요란한 소리가 나더니 난데없이 멋진 구름이 나타나는데 이것을 차지하기 위해 곳곳에서 사람들의 몰려오고 야단법석이 벌어진다. 구름이 생겨난 곳의 땅 주인이 자신이 임자라고 주장하자 나라에서는 웬 소리냐면서 나라 소유라고 외치고, 또 그 구름을 가져 가려고 다른 나라에서도 쳐들어오게 된다. 결국에는 누가 구름을 갖게 될까?

  이렇게 이야기하다 보니 마치 현재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 이야기인 것 같지 않나? 마치 석유를 사이에 두고 서로 차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모습 같지 않은가?

  사막에서 갑자기 일어난 구름은 여러 가지로 모습을 바꾸는 신기한 구름이었다. 그 신기함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구경만 하려고 했다면 서로 다툴 일도 없고 두고두고 아름다운 구름의 변화상을 관찰할 수 있었을텐데, 서로 구름을 차지하려고 구름을 쪼개는 바람은 구름은 모양은 알아볼 수 없게 된다.

  세상에 있는 많은 것들에 이 논리를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이든 굳이 소유하려고 애쓰지 않으면서 있는 그대로를 인정한다면 영원토록 그것의 진가를 즐길 수 있지만 억지로 소유하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그것의 본래의 모습을 변형되고 그 가치를 잃게 되는 것 같다. 무엇이 정말 중요한 일이고, 어떤 것이 진정으로 값어치 있는 일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이었다.

  구름을 차지하기 위해 대포를 동원하고 전투기가 하늘을 날고 많은 군인들이 몰려와서는 서로 총을 쏘고 전쟁을 치르는 만화적으로 그려지긴 했지만, 그 의미하는 바를 결코 만화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진짜 전쟁을 말하건, 아니면 일상생활 속에서의 사소한 싸움들을 지칭하는 큰 의미에서는 전쟁을 말하건 간에, 전쟁은 지나친 소유욕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그 결말은 서로에게 피해만 될 뿐 아무런 득이 없음을 잘 알려준다. 세상의 일에 대해 깊이 있는 생각을 해주게 하는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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