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집 - 우리 시대 대표 여성작가 12인 단편 작품집
박완서 외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여성동아>가 장편소설을 공모한지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했다고 한다. 그 소중했던 시간들을 기념하고자 이렇게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출신 작가들의 글을 한 자리에 모아 <소설가의 집>이라는 이 책을 내놓았다고 한다. 그런데 40인의 작가를 모두 모으지는 못하고 12인을 대상으로 ‘집 이야기’라는 주제 하에 동인집을 마련했다고 한다.

  우선, 우리 시대 대표 여성작가 12인의 단편이라는 표지의 글 때문에 더욱 더 이 책이 읽고 싶어졌다. 나도 같은 여성인데다 대표 여성작가라고 하니 어떤 작가들이 나올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또한 소설가들은 집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 엿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었다.

  이야기를 읽어보니 슬픈 내용도 있었고 어이없는 이야기도 있었고 끔찍한 이야기도 있는 등 저마다 색깔이 다른 다양한 이야기가 있었다. 이것이 바로 여러 작가들의 작품이 한데 들어있는 동인 단편집의 매력이 아닐까? 마치 뷔페에 가서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듯이 저마다 색채가 다른 작가들의 작품들을 한 권으로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다 읽고 나니 왜 그렇게 이야기들이 구구절절 공감이 가는지, 내 나이가 이야기의 참 맛을 알게 되는 나이가 되어서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집에 대해 특별한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노순자 작가의 ‘소설가의 집’에서 보면, 미국에 이민 가서 살고 있는 노인들이 자신들이 어렸을 때 살았던 집을 다시 보기 위해 팔판동 골목길을 돌아보는 장면이 나온다. 누구나 자신이 살았던 집을 그리워하고, 혹시라도 그 앞을 지나칠라하면 코끝이 찡해지면 눈가에 이슬이 맺히게 된다. 나 또한 그렇다. 전에 살았던 집들을 보면 반갑기도 하고 어떻게 변했나 궁금하기도 하며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이 책의 글들을 앞서 말했듯이 이렇게 집에 얽힌 이야기들이다.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단독주택으로 이사 가자고 조르는 아내의 이야기, 귀신 소리가 들리는 양옥집 이야기, 미리 묫자리를 마련해 놓은 가묘에 들어가게 된 여인 이야기, 북한에 두고 온 첫 남편과 아들을 못 잊어하는 엄마 이야기, 한 곳에 정을 붙이지 못하고 떠돌이처럼 살아가는 여인 이야기, 수오당 이야기,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기찻길 위에 몸을 누이는 여인 이야기 등 집과 연관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실려 있다.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삶이 있고, 인간의 힘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또 그렇게 하지 못할 경우가 참으로 많은 것이 세상만사다. 사람과 집의 관계는 별 것 아닐 것 같지만 옛날부터 풍수지리를 따졌고 요즘에도 복을 부르는 인테리어 같은 것이 꾸준히 얘기되는 것을 보면 집과 인간의 관계가 결코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닌가 보다.

  집은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게 하고 또 그 생명들을 자연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소중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사람이 나고 죽을 때까지 이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준비하는 소중한 곳이기도 하다. 그 집에 늘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하면서, 또 모두가 그 집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가묘를 만들어 두었는데 우연찮게 병에 걸려 죽게 되는 엄마 이야기인 조혜경 작가의 <유택입주>를 읽으면서는, 무덤이야말로 모든 인간의 마지막 집이자 영원한 집이라는 생각과 더불어 죽음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 모처럼 우리나라 중견 여성작가들의 좋은 이야기들을 읽을 수 있어 기뻤고 집을 가꾸는 사람인 주부로서 집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전에 내가 살았던 집들과 그 집들에 얽힌 추억들을 되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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