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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둥이 이른둥이 ㅣ 좋은책어린이 창작동화 (저학년문고) 6
원유순 지음, 박기종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요즘 세태를 아주 잘 보여주는 동화여서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요즘에는 비교적 늦둥이도 많아졌고, 결혼적령기가 많이 늦어졌다고는 하나 간혹 이른둥이도 있기 때문이다. 이 둘이 학교에 입학할 때 생긴 일을 매개로 해서 늦둥이와 이른둥이의 특성을 아주 잘 보여주면서도 이 둘이 쉽게 친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어서 매우 흐뭇하게 읽을 수 있었다.
늦둥이인 현수를 둔 현수 엄마가 좀 더 젊어지게 보이기 위해 뽀글이 파마가 아닌 구불이 파마를 하고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굽이 높은 힐을 신고 학교에 가는 모습이나, 철없는 어린 아빠인 경수 아빠가 줄이 잔뜩 달린 점퍼와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학교에 가는 모습이 늦둥이와 이른둥이의 부모의 모습을 아주 잘 표현한 것 같아 아주 재밌었다.
이 책에서처럼 부모가 아이를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아이들은 아주 달라지는 것 같다. 다 큰 누나를 밑에서 태어난 늦둥이 현수는 모든 일에 응석받이다. 부모나 누나들이 어리다고 매사에 잘 해주어 버릇해서 빵 봉지 뜯는 것조차도 혼자서 하지 못한다. 반면 어린 아빠 밑에서, 그것도 엄마도 없이 자라난 경수는 카레라이스도 아빠랑 함께 만들 정도로 모든 일을 스스로 하는 독립심이 강한 아이로 자랐다.
이 두 아이는 처음에 만났을 때는 싸우지만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서 친구가 된다. 아마 두 아이는 아주 친한 친구가 될 것 같다. 이 둘이 친구가 되는 것을 보면서 아이들이 친구란 바로 이 둘처럼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치가 없어서 카레라이스의 맛이 덜했다는 경수의 말을 듣고 집에 가서 김치랑 라면을 먹자고 제의하는 현수를 보면서, 그리고 아빠랑 레슬링 하는 것이 재밌다며 주말에 자기 집에 놀러오라는 제안하는 경수를 보면서, 아이들이 세상의 밝은 면만 보고 바르게 자라는 것 같아서 아주 기뻤다.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밝은 면만 봤으면 좋겠다. “우리 아빠는 나이가 많아서 레슬링 같은 거 같이 하지 않아” 또는 “우린 엄마가 안 계서서 김치가 떨어질 때가 많아”라고 했다면 얼마나 슬프고 세상이 살 맛 나지 않는 곳처럼 느껴질까? 그런데 아이들은 밝음만을 감지하는 촉각이 있나보다. 다행히도 밝은 면만을 생각한다.
그리고, 현수의 엄마가 나이가 많아서 할머니라는 오해를 받고 경수의 아빠가 너무 젊어서 형이라는 오해를 받는 장면에서는 저절로 웃음이 터지지 않을 수 없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조심해야 한다. 쉽사리 외모를 보고 단정 지어서 할머니세요?, 또는 형이냐고 물어서는 안 될 것이다. 또 이 두 사람이 별 것 아니지만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된다고 아이들의 싸움 때문에 잠깐 티격태격 하지만 마음으로 반성하는 모습과, 윗옷의 단추가 떨어진 경수를 보고 불쌍히 여기는 현수 엄마를 볼 때, 이래서 어른이 다르구나 하는 것을 아이들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잘못을 빨리 인정하는 모습과 손길이 필요한 아이를 긍휼히 여기는 모습이 어른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자세라고 아이들이 배울 것 같다.
짧고 쉬우면서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였지만 배울 점이 많았고, 아이들이 자신들의 반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라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어서 더 금방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책의 내용이나 형식 모두 초등 저학년에 읽기에 안성맞춤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