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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둘도 없는 바보와 하늘을 나는 배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17
아서 랜섬 글, 유리 슐레비츠 그림, 우미경 옮김 / 시공주니어 / 199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에 둘도 없는 바보’라는 제목이 너무 재밌다. 사람들은 바보 이야기를 하면 좋아한다. 아마 나보다 부족한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통괘함이 느껴져서 그럴까? 하지만 그런 바보 이야기 속의 바보들은 꼭 복을 받는다. 우리나라 전래 동화에도 바보 이야기가 여러 편 있지만 그 어리숙함 때문에 오히려 행운을 거머쥐게 된다. 세상에 닳고 닳은 영악한 사람들은 잔 꾀를 부리다 제 꾀에 제가 넘어가는데, 그들은 앞뒤 계산하지 않은 순수한 마음 덕분에 오히려 복을 받게 되나보다.
이 책을 읽는 순간 톨스토이의 <바보 이반>이야기가 생각났다. 바보의 대명사가 이반이어서 그런가 보다. 바보 이반처럼 이 책의 주인공인 세상에 둘도 없는 바보인 막내도 하느님의 은총을 받는다.
하늘을 나는 배를 가져오면 공주와 결혼시키겠다는 차르의 명을 듣고 똑똑한 두 형들처럼 막내도 그 배를 만들기 위해 집을 떠난다. 그 길에서 하느님의 은총으로 하늘을 나는 배도 만들고 또 신기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결국에는 그들의 도움으로 공주와 결혼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차르는 막내에 대한 얘기를 듣고는 평범한 농부와 공주를 결혼시킬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막내에게 지킬 수 없는 터무니없는 명령들을 내리지만 막내가 배에 태워준 사람들의 도움 덕택으로 모두 명령들을 수행하고 마침내는 공주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게 된다.
48쪽으로 구성된 그림책이지만 그 분량이 적지 않다. 내용도 유아를 위한 그림책이기보다는 초등 고학년들이 읽기에도 좋은 내용이었다. 칼데콧상 수상작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내용과 그림 모두 좋았다.
서양에서건 동양에서건 선한 자가 복을 받게 된다는 것을 당연한 진리인 것 같다. 외모가 잘 생긴 것도 아니고 많은 재산이 있는 것도 아니며 빼어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닌 막내가 하느님의 복을 받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던 것은 오로지 순수한 마음 때문이었다. 그리고 가족들의 천대에도 불구하고 늘 자신의 것에 만족할 줄 알았으며, 타인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는 배려를 가졌기 때문에 복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마흔 살이 넘게 살아보니 세상에 공짜는 없는 것 같다. 또 인과응보란 말도 있다. 또 뿌린대로 거둔다는 말도 있다. 그런 말들이 결코 헛말일 아닌 것 같다. 내가 한 대로 반드시 받게 되는 것 같다. 어른들도 말씀하신다. 당대만 받지 않으면 후대에라도 받는 것 같다고...... 결코 소홀히 들어서는 안 될 말들이다.
조금은 밑지는 것 같은 삶이 남는 삶인 것 같다. 남을 이기려고 너무 애쓰다 보면 결국 나만 손해를 입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조금은 손해를 보더라도 남에게 베푼다면 마지막에서는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음을 알려준다. 그렇다고 목표도 없이 무조건 양보하면서 대충 살라는 말은 아니다. 하늘에 비추어 부끄럼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산다면 성공할 것이라는 말이다. 어른들도 귀찮아 들어야 할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