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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밥그릇 ㅣ 한빛문고
이청준 지음 / 다림 / 2000년 1월
평점 :
절판
6학년 아이의 권장도서 목록에 들어 있어서, 그리고 유명한 소설가 이청준 님의 글이기에 관심을 갖고 있게 되었다.
요즘 아이들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되겠지만 먹을 것이 부족했던 그래서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던 과거의 이야기다. 그래봤자 지금으로부터 50~60년 전의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요즘 아이들은 “옛날에 밥이 없었어”라고 하면 “라면을 끓여먹던가 빵을 먹지 그랬어”라고 대답한다고 해서 씁쓸하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40대인 나만 해서 그런 먹거리 걱정은 하지 않고 살아왔다. 그러나 우리 아버지 세대만 해도 먹거리 걱정이 가장 큰 걱정거리였던 세대였다.
다시 말해 이 이야기는 요즘 아이들에겐 할아버지 세대의 이야기다. 먹거리가 부족해서 도시락을 학교에 가지고 다니지 못할 때의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공감이 되지는 않겠지만, 사랑을 몸소 실천하겠다는 선생님의 책임 의식과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옛날엔 도시락 검사가 있었다. 쌀이 부족했기 때문에 나라에서 잡곡을 혼식할 것을 장려했는데, 그 당시만 해도 흰쌀밥을 선호했었기에 주로 쌀밥을 먹었다. 지금은 건강 생각해서 온갖 곡식을 섞어 먹지만. 그래서 학교에서 혼식을 강제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도시락 검사를 했었다. 그런데 이 이야기의 선생님을 혼식 장려를 위해서가 아니라 점심을 거르는 아이들이 건강을 해칠까봐 꼭 점심을 먹게 하기 위해 도시락 검사를 한다. 하지만 오죽했으면 점심까지 걸러야 했을까? 도저히 형편이 안 돼서 도시락을 못 사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선생님이 도시락을 검사하고 도시락을 안 싸온 아이들은 강제로 청소당번을 시키자 한 아이는 빈 도시락을 가지고 다닌다. 그것을 보고 선생님의 자신의 섣부른 생각이 없는 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상처를 주었으면 깨닫는다. 자신의 밥을 점심을 먹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나눠 주지도 못하면서 도시락 검사를 해서 또 한 번 자존심에 상처를 주었음을 깨닫고 도시락 검사를 중단한다. 그리고는 식사 때마다 다른 사람들과 자신의 밥을 나눈다고 상징적인 의미를 밥 반그릇을 덜어놓고 식사를 하셨던 것이다. 그 후로 쭉...
학교를 졸업한 뒤 오랜 세월이 지난 뒤 그 선생님과 마주 앉아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제자들은 선생님의 이상한 식사 습관을 보게 되었고 그 기원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요즘은 선생님의 위상이 많이 추락했다. 아이들을 정말 사랑하고 참된 스승을 길을 걷고 있는 분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오점이 되는 몇몇 사람들 때문에 선생님 전체가 욕을 먹는 게 너무나 안타깝다. 분명 이 선생님처럼 진심으로 아이들을 위하는 선생님이 우리 주위에도 있으리라. 그런 선생님들이 넘쳐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책에는 이밖에도 이청준 님이 쓴 나들이하는 그림, 별을 기르는 아이, 그 가을의 내력, 어머니의 노래라는 짧은 글들이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