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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시가 부르는 노래 ㅣ 세계아동문학상 수상작 3
신시아 보이트 지음, 김옥수 옮김, 김상인 그림 / 서울교육(와이즈아이북스)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아버지는 어렸을 때 집을 떠났고 엄마와 함께 네 남매가 힘들게 살다가 엄마마저 정신을 놓고 병원에 입원하는 신세가 되자, 아이들은 그동안 연락 한 번도 없었던 외할머니 댁에 맡겨진다. 괴팍하다는 소문이 난 외할머니 집에 오게 되자 아이들은 나름대로 외할머니의 눈치를 보면서 자신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걱정하게 된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는 못하지만 책임감이 강한 디시, 똑똑하지만 역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제임스, 집 안에서는 엄청 산만하고 사고를 잘 일으키지만 학교에서는 너무 얌전하게 구는 사무엘, 노래도 잘하고 피아노도 잘 치지만 읽기에 문제가 있어서 유급당할까 걱정이 되는 메이베스, 이렇게 네 남매는 이 세상에 이 외할머니밖에는 의지할 사람이 없음을 알고 나름대로 외할머니의 눈밖에 나지 않으려고 애쓴다.
외할머니에게는 삼남매가 있었는데 큰 아들인 존은 대학을 졸업한 뒤 집을 떠나버렸고 딸인 디시의 엄마는 디시의 아빠를 따라 떠나버렸고 막내인 사무엘은 베트남전에 참전해서 전사한다. 그 후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외롭게 살다가 할아버지마저 갑작스레 돌아가시자 거의 세상과는 단절하다시피 산다. 이런 할머니에게 이 네 아이들은 분명 부담스런 존재이고 아이들도 그걸 깨닫기에 할머니의 눈치를 보게 된다.
그런데 이들은 이렇게 부대끼고 살게 되면서부터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세상과는 소통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할머니 댁에 오기까지 이 아이들은 남들과는 동떨어진 곳에 살았으며 너무나 가난했기에 뭔가를 누리고 살아보지 못했다. 외할머니도 여유가 없기는 마찬가지지만 아이들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면서 누리는 것의 기쁨도 아이들에게 알려준다.
이 책은 읽는 순간 조손 가정의 아이들이 생각났다. 요즘에는 부모의 이혼이나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조손가정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물론 이 글의 할머니처럼 아이들이 태어나서 할머니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가 일이 생기자 할머니에게 맡겨질 때 처음 대면하게 되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그 아이들은 새로 맡게 된 할머니도 마음의 준비를 많이 해야겠지만 친척이라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긴 하지만 친근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맡겨지는 아이들의 심정은 어떠하겠는가? 너무나 떨리고 매사에 조심스럽고 눈치를 많이 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천사이며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존재이다. 다른 사람을 울게도 만들고 웃게도 만들며 닫힌 마음도 열 수 있는 존재이다. 그렇기에 디시의 할머니도 아이들에게 마음을 열었고, 아이들도 할머니의 눈치를 보느라 자신을 마음껏 표현하지 못하다가 결국에서 자신의 본모습들을 드러내고 아이답게 친구들과는 잘 어울리게 된다. 디시의 할머니도 다정다감했던 모습을 되찾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되었으며, 네 아이들도 사랑의 보금자리와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어서 무척 기쁘다. 비록 세상에 부모가 없다는 것은 큰 슬픔이지만 부모 못지않게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서 다행이다.
조손가정의 아이들이라고 하고 웬지 동정어린 시선으로 보게 된다. 아마 그들에게는 그런 시각이 가장 큰 슬픔일 것이다. 부모 없는 빈자리가 크겠지만 그런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는 것은 우리 주위 사람들의 동정이 아니라 따뜻한 사랑과 관심일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미나나 제프, 링걸 선생님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