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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쥐의 재판
김병일 지음 / 오늘 / 2001년 6월
평점 :
6학년짜리 딸 아이 권장도서여서 읽게 되었다. 원래 곽쥐라는 말은 홍명희의 <임꺽정>에 나오는 곽오주의 별칭이라는 얘기를 들어서, 이 책도 그것과 연관이 있나 해서 읽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은 나라의 쌀 창고에 들어가 몰래 쌀알을 훔쳐 먹다가 그 창고를 지킬 책임을 지고 있는 창고신에게 잡혀온 곽쥐라는 쥐의 재판 과정에 대한 얘기였다. 원래 이 이야기는 조선시대에 써진 고전 문학인 <서옥설>을 어린이들이 재밌게 읽을 수 있게 고쳐 쓴 것이라고 한다.
곽쥐는 나라의 곡식을 보관하는 창고에 몰래 들어가서 알곡을 훔쳐 먹다가 창고신에게 잡혀 재판을 받게 된다. 그런데 교묘한 꾀를 가진 곽쥐는 처벌을 면하기 위해 재판 과정에서 세상의 모든 동물들을 자신의 공모자로 지목한다. 처음에는 창고 옆에 있는 버드나무와 복숭아나무가 공모자로 지목된다. 곽쥐는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이들이 자신의 도둑질을 도왔다고 주장하지만, 이들의 자신의 생태를 차근차근 밝히면서 결백함을 주장한다. 그러자 곽쥐를 또 다른 공모자들의 이름을 대게 된다.
네 번에 걸쳐서 재판이 행해지는데 가축에서부터 산짐승, 날짐승, 곤충에 이르기까지 아주 많은 동물들이 곽쥐의 공모자로 지목된다. 심지어는 용, 봉황, 붕, 고래까지 등장하게 된다. 이들은 곽쥐의 얼토당토한 공모자 주장에 자신들의 습성에 대해 자세히 말함으로써 결백을 주장한다. 창고신도 이들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재판이 끝날 때까지는 놓아줄 수 없다고 무쇠옥에 가둔다. 그러면서 역시 곽쥐로부터 공모자로 지목돼 재판장에 오게 된 박쥐를 사주하여 감옥에 갇힌 동물들의 태도를 염탐한다.
하지만 너무 오래 동안 끌어온 재판 과정에 대해 옥에 갇힌 동물들과 이들을 옥에 잡아온 창고신의 병졸들도 불만을 품게 되고 결국에는 옥쇄장의 도움을 받아 동물들이 옥에서 탈출한다. 이들은 나라의 곡식 창고를 도둑질한 죄를 저지른 것은 곽쥐이며, 곽쥐의 말만 듣고 오랫동안 재판을 하면서 수많은 동물들을 옥에 가둔 창고신 또한 잘못을 했다고 결론지어 말한다. 이로써 쥐는 감옥에 갇히고 창고신은 잘못을 뉘우치게 된다.
참으로 다양한 동물들이 나온다. 각 동물마다 동물의 특성들이 자세히 묘사돼 있으며 그 동물과 연관된 여러 가지 얘깃거리와 속담 등도 소개된다. 반딧불이에 연관된 형설지공에 대한 풀이, 까마귀와 연관된 약밥의 유래, 견우 직녀를 위해 놓였던 오작교 이야기 등과 붕, 봉황, 용, 난 같은 상상 속의 동물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전부 70여 종류의 동식물이 재판 과정에 등장하게 되는데, 이들의 습성을 꼬투리 삼아 어떻게든 이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는 곽쥐의 주장을 들어보면 꽤심하기도 하고 터무니없기도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우리가 그 동물들에 대해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것과는 다른 생각을 해볼 수도 있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