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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엄마 ㅣ 좋은책어린이 창작동화 (저학년문고) 4
윤수천 글, 이경하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08년 4월
평점 :
아이들에게 엄마는 전지전능한 신이며 영원한 친구 같은 존재이다. 아이들은 엄마가 모든 것을 다해줄 것으로 믿는다. 뭐가 먹고 싶다면 그것을 만들어 주고, 또 뭐가 가지고 싶다면 되도록 해주려 하는 신 같은 존재이며, 외롭고 힘들 때 언제나 위로를 해 줄 수 있는 친구 같은 존재라고 여긴다. 그래서 엄마가 조금만 마음에 들게 해주지 않으면, 그리고 자기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려 주지 못하면 화를 내고 토라진다. 엄마의 마음이나 처지는 조금도 안중에도 없으면서 말이다.
초등학교 3학년인 난희 또한 그렇다. 난희는 언제나 부스스한 외모에 비릿한 생선 냄새를 풍기고 뭐 하나 제대로 해주는 게 없는 엄마를 나쁜 엄마라고 생각한다. 오죽 하면 학교에서 한 글짓기 시간에 나쁜 엄마라는 제목의 글을 다 썼을까? 난희는 그 글을 엄마가 읽을 수 있도록 놓아둔다.
세상에 자식에게 일부러 마음의 상처를 주고 나쁘게 하려는 엄마는 없을 것이다. 시장 한 귀퉁이에서 생선 장사를 하느라 비가 오는 날 아이에게 우산도 못 갖다 주고, 어린이날이라고 해서 엄마 손 잡고 나들이 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빈방에서 하루를 보낼 아이를 생각하면서 마음이 아프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글을 읽는 내내 엄마의 힘겨움을 생각하기에는 난희의 나이가 너무 어리다고 생각하면서, 난희가 빨리 성장해서 엄마를 이해해 주었으면, 엄마의 참사랑을 깨달았으면 하고 바랐다. 난희 엄마의 장사가 빨리 자리를 잡아 난희에게 마음껏 사랑을 표현하면서 살 수 있기를 바랐다.
어쨌든, 진심은 통하는 법인가 보다. 아빠가 돌아가신 이후로 엄마가 드러내 놓고 난희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적은 없지만, 어린 난희도 엄마의 소리 없는 사랑을 깨달을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난희는 선생님이 내주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생각해오라는 숙제를 준비하면서, 엄마의 손에서 새삼 아름다움을 깨닫게 된다. 추위에 갈라지고 더위에 검게 탔지만 아빠도 없는 집안 살림을 혼자 꾸려 가기 위해 고생을 해 온 억척스러운 엄마 손에서 난희는 따뜻함을 느끼고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옛날의 내가 생각났다. 내 뜻대로 해주지 않았다고 엄마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을 했던 것이 생각났다. 또 지금의 내 아이들을 보면 그 때의 나와 똑같다. 엄마의 운명인가 보다. 그래도 난희처럼, 우리 아이들도 내가 무늬만 나쁜 엄마일 뿐, 그 속은 정말 좋은 엄마라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