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슬립 - 전2권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예전에 번개를 맞아서 남자와 여자의 성이 바뀌는 영화가 있었다. 우리나라 영화였는데 외국 영화에서도 남자와 여자의 성이 바뀌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영화가 있었다. 그런데 <타임 슬립>은 성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두 남자가 아예 살던 시대가 바뀌는 이야기다.

  오지마 겐타와 이시바 고이치는 19살이다. 오지마 겐타는 2001년 여름 도쿄에서 사는 백수로서 게임 크리에티러를 꿈꾸고 있었다. 그는 해안으로 서핑을 하러 갔다가 사고가 나는 바람에 자신이 살고 있는 해보다 50년이나 앞선 1945년의 이시바 고이치가 되게 된다. 한편 이시바 고이치는 제2차세계대전에서 죽음을 각오하며 비행 훈련을 하던 훈련병으로서 시험 비행을 하던 중에 사고가 나서 추락을 하게 되고, 21세기의 오지마 겐타가 되게 된다.

  이렇게 서로 뒤바뀐 삶에 처음에는 둘 다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몹시 힘들어하지만 서로 조금씩 상대방의 삶에 동화되어간다. 그러면서 빨리 자신의 세계로 돌아가길 갈망하게 된다. 그런데 이 둘은 연결해 주는 끈이 있었다. 바로 겐타의 여자 친구인 미나미였다. 미나미의 외할버지와 이시바 고이치가 서로 군대에서 서로 아는 사이였던 것이다.

 재밌는 이야기였다. 내가 살던 시대에서 벗어난 다른 시대로 시간 여행을 갔다면 어디가 좋을까? 어떤 삶이 좋을까? 하는 공상을 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되면 무척이나 두렵고 힘들겠지...

  이 책에서는 왜 하필 겐타와 고이치의 삶이 뒤바뀌었던 것일까? 매우 안일하고 편안한 삶을 사는 겐타와 매사를 치열하게 살고 있는 고이치. 두 사람의 아주 다른 캐릭터만큼이나 두 사람이 처해 있는 상황 또한 극단적이다. 부모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 겐타와 전쟁의 와중에서 부모의 사랑을 받기는커녕 자신을 지키기 위해 형편없는 음식에도 감사하며 군대 생활에 열심인 고이치. 아마 이렇게 극단적인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에 생이 바뀐 것 같다. 서로가 갖지 못한 것을 체험해 보고 보다 성숙한 인간이 되라고.

  사람에게 어차피 인생은 단 한 번 주어지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가 정말로 있는 것인 줄은 모르겠다. 혹 그렇다하더라도 똑같은 삶을 다시 사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인생은 단 한 번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 기회를 얼마나 잘 살려 최선의 삶은 살 것인가는 바로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 어떤 연유로 해서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게 되었건, 그 존재하게 됨을 늘 감사하면서 최선의 삶을 살 수 있게 노력해야겠다.

  보다 풍족한 곳에 태어나 여유 있게 삶을 시작하는 사람도 있겠고, 왜 나는 이런 곳에서 태어났을까 하리만큼 그 시작부터 무척 힘겨운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조건은 결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그 이후의 시간들이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서, 누가 나와 대신해서 내 삶을 살게 되는 <타임슬립> 속의 일이 일어나더라도 ‘아, 이 사람은 참 열심히 살았구나’하는 감동이 일게끔 잘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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