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 기계의 비밀 뒹굴며 읽는 책 9
댄 거트먼 지음, 김율희 옮김, 최정인 그림 / 다산기획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초등학생들이 학교 공부와 관련해 가장 하기 싫어하는 것은 일기 쓰기와 숙제일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하기 싫은 숙제를 순식간에 해주는 숙제 기계에 대한 얘기다.

  그랜드캐니언 근처 마을에서 초등학교에 다니는 브렌튼, 주디, 켈시, 샘은 5학년이 되어 같은 반이 되었고, 게다가 같은 조가 되었다. 브렌튼은 아주 공부를 잘 했지만 친구들에겐 그다지 인기가 없었다. 같은 조원인 샘과 켈시, 주디도 서로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학년 초인 9월 어느 날 담임 선생님이 숙제를 내주었는데 브렌튼이 별거 아니라는 듯이 가방에 집어넣는 것을 보고 샘이 꼬치꼬치 묻게 됨으로써 사건은 시작된다. 그 바람에 브렌튼은 조원들을 자기 집에 데리고 가 자신이 발명한 숙제 기계를 보여준다. 그 때부터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바로 브렌튼의 집에 가서 숙제 기계로 숙제를 하곤 했다.

  브렌튼의 엄마는 친구가 없던 브렌튼이 친구들을 데려오자 기뻐했지만, 같은 반 친구들은 브렌튼의 조를 의심하게 된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아이들이 같이 다니는 것도 그렇고 샘과 켈리가 꼬박꼬박 숙제를 해오는 것도 의심스러웠다.

 그렇지만 별일 없이 시간이 흘러 다음해 3월 어느날, 담임 선생님은 브렌튼, 샘, 켈시, 주디가 해 온 숙제들이 거의 비슷하다는 것을 눈치채게 되고, 학교 신문에도 5학년 아이들 중에 숙제기계를 이용해 숙제를 한다는 기사가 실리게 된다. 아이들이 자꾸 의심을 하자 브렌튼은 그 기계를 샘의 집에 옮겼지만, 일은 교장 선생님과 면담을 해야 하는 사태로까지 커진다.

  그래서 아이들은 숙제 프로그램을 지워 없애려고 했는데, 프로그램이 삭제되기는커녕 컴퓨터조차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없게 돼버렸다. 급기야는 컴퓨터를 그랜드캐니언 계곡에 갖다버리기로 한다. 그렇게 학기가 끝나서 아이들은 안심을 하고 있었는데 배낭 여행자들이 그랜드캐니언 협곡을 여행하다가 부서진 컴퓨터 파편을 발견하게 되고, 이를 경찰에 신고함으로써 브렌튼의 숙제 기계에 대한 사건이 모두 밝혀지게 된다.

  숙제가 너무 하기 싫어서 이런 기계가 있었으면 하고 한 번쯤 꿈꾸었을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잘 대변해 주었고 또 대리만족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었다. 브렌튼과 친구들이 숙제 기계로 숙제를 뚝딱 해치우는 것을 보면서 나도 그래봤으면 하는 부러운 마음과 아이들이 자신들이 행동이 정당하지 않음을 알고 발각될까봐 두근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도 조마조만한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이야기 속에서 잠시 동안이지만 환상적인 숙제 기계를 보면서 황홀한 마음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숙제 기계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옳지 않다고 생각해서 학교 신문에도 제보하고 경찰서에도 신고한 브렌튼처럼, 정당하지 않은 일은 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숙제는 다른 사람이나 기계를 빌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머리로 직접 해야 한다는 엄연한 진리를 다시 한 번 일깨워 주었다. 요즘처럼 컴퓨터를 이용해서 자료들을 검색해 단지 출력만 해서 내는 것이 진정한 숙제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아무튼 이 책을 읽으면 아이들의 숙제에 대한 생각이 진지해지지 않을까 싶다.

  또한 서로 반목했던 아이들이 숙제 기계를 통해 상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어서 마음이 따뜻했다. 이밖에도 이 책에는 샘의 아버지를 통한 군대와 전쟁 이야기, 피어싱과 머리 염색 등 우리 아이들에게 생각거리를 많이 던진다. 체스 두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이 주는 보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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