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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롤즈가 들려주는 정의 이야기 ㅣ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60
오채환 지음 / 자음과모음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다 읽고 난 느낌은 ‘뚝배기보다 장맛’이라는 생각이 간절했다. 책 표지만 봐서는 책이 굉장히 어려울 것 같고 현학적인 글들이 가득할 것 같았다. 이 책이 속하는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시리즈>가 이미 많이 나와 있어서 많은 학부모들이 구입했다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내가 직접 읽어보기는 이 책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이 책이 도대체 어느 학년을 겨냥한 책인지 표지만 봐서는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철학 얘기인 걸로 봐서 중고등생을 겨냥한 책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책의 내용은 초등생을 겨냥한 철학 이야기책이었다. 초등학교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재밌는 동화로 설명하면서 존 롤즈라는 미국 철학자의 <사회정의론>을 하나하나 쉽게 설명해 놓았다.
우리 사회에서 정의란 말은 많이 사용된다. 아이들이 즐겨보는 만화영화에서도 ‘정의의 용사’라든가, 경찰서나 관공서 앞에서도 ‘정의사회 구현’이라는 플래카드가 높이 걸려 있다. 그리고 정의로운 일을 하다가 목숨을 잃은 사람에게 표창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정의란 무엇인가? 아마 정의는 ‘옳음’을 뜻하는 것일 게다. 그렇다면 모두에게 옳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모두에게 옳은 것을 얻기 위해 개인의 자유와 평등이 제한돼도 되는가? 이런 정의에 대한 물음에 답해주기 위해서 이 책이 존재하는 것이다.
존 롤즈의 사회정의론은 벤덤이 주장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고 하여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는 개인의 자유나 권리를 제한할 수도 있다는 공리주의의 결점을 보완하는 철학적 개념이다. 그가 내놓은 현대 정의론의 핵심은 자유와 평등이라는 모순적 개념을 잘 조화시켜 개인이 행복하면서 최대 다수도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찾자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반장인 공리가 환경심사에서 1등을 하게 됐을 경우에 받게 되는 혜택만을 생각해서 급우들의 희생은 고려하지 않고 환경심사 준비를 추진함으로써 급우들의 원성을 사게 되고 결국에는 환경심사에 관여하지 못하게 되는데, 바로 이것을 공리주의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설명한다. 그래서 환경미화는 부반장인 우진이가 지도하게 되는데, 우진이는 환경심사에서 1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급우들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참여하기를 원한다. 즉 일의 결과보다는 일의 과정도 중시하는 지도력을 보여준다. 우진이의 이런 방침은 계약주의 정의론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의 내용 중 계약주의 정의론을 극명하게 잘 보여주는 사례로, 케이크를 여러 명이 나눠 먹을 때, 대표로 한 사람이 자르고 나머지 사람들이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부터 먹게 되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렇게 하면 자른 사람은 자신이 어떤 크기의 것을 먹게 될지 모르므로 공정하게 자르게 되고, 선택하는 사람들도 큰 것을 골라야 하는 고민이 없게 된다고 한다. 물론 이런 계약주의 정의론에도 문제는 있다고 한다. 이런 것들에 대한 설명도 들어 있다.
어렵게 생각되는 철학 이론이었지만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잘 설명되어 있었다. 또한 책 뒤 부록으로 통합형 논술 대비 문제 및 설명도 수록하고 있다. 다만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삽화도 더 삽입하고 책의 편집도 아기자기하게 했더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책 뒤에 수록된 통합형 논술 대비 문제 등 책 내용은 잘 되어 있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