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 바위 보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23
패트리샤 매클라클랜 지음, 김영진 옮김, 크빈트 부흐홀츠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죽음 때문에 누군가와 영원히 헤어져야 한다는 것은 흔히 겪을 수 있는 일도 아니지만 결코 경험해 보고 싶지 않은 일이다. 특히나 우리 아이들에게는 겪게 하고픈 일이 아니다. 물론 이런 일이 뜻대로 되는 일은 아니지만. 우리 어른들도 되도록이면 그런 가슴 아픈 일과 마주할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나이를 먹다보니 이런 일에 무관할 수가 없게 된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슬픈 일을 겪었을 때 어떻게 해야 서로 위로가 되고 마음이 평안을 찾을 수 있는지 다소나마 도움을 주는 책이다.

  누군가를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야 한다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에 어떤 말이나 글로서도 그 슬픔을 모두 감내하게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조금은 위안이 될 수 있으리라. 더욱이 불과 몇 달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큰 슬픔을 겪은 내게는 이 책에 실린 시인 <곡조 없는 만가>가 더욱 더 슬픔을 자아내긴 했지만, 라킨 가족의 좋은 결말을 보고 마음을 달랠 수 있었다.

  라킨의 가족은 태어난 지 하루 만에 죽은 라킨의 남동생 때문에 마음에 큰 상처를 입지만 그 아픔을 속으로만 삭인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아빠는 저녁마다 탭댄스를 추고 엄마는 아틀리에서 그림을 그린다. 하지만 라킨은 이런 일에 대해 아무런 말이 없는 부모에게 화가 난다. 버드 할머니 역시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려 하지만 라킨의 부모가 누구보다도 마음이 아프리라 생각해서 쉽사리 말을 꺼내지는 못한다.

  이런 라킨네 집 앞에 누군가가 소피라는 아기를 맡기고 떠난다. 형편이 나아지면 아이를 데려오겠다는 편지와 함께. 라킨은 이름도 갖지 못하고 죽은 불쌍한 남동생을 생각하면서, 또 다시 헤어짐의 아픔을 겪게 될까봐 소피에게 사랑을 주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순수한 아기를 보면서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소피가 라킨 가족의 사랑을 받아 걸음도 걷게 되고 말도 하게 되고 아빠가 가르쳐 준 가위 바위 보도 하게 될 즈음에 소피 엄마가 와서 소피를 데려간다.

  소피를 보내는 날, 라킨 가족은 모여서 그동안 가슴 속에 묻어 두었던 고름을 터뜨린다. 라킨의 죽은 남동생을 추억하며 서로의 아픔을 드러내 보이면서 그 아기에게 윌리엄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서로 화해를 하게 된다.

  사람으로 인한 상처에는 사람이 좋은 약이 된다고 한다. 라킨의 남동생의 죽음으로 인해 침묵했던 이 가족에게 말을 찾아주고 다시 사랑의 불씨를 지펴준 것은 다름 아닌 아기 소피였다. 소피에게 사랑을 주면서 라킨 가족은 다시 한 번 사람에 대한 사랑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고 서로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게 됐으며, 가슴 아픈 일이긴 하지만 이별과 사별을 감내할 수 있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그런 모든 일들이 바로 말을 통해 가능한 것임을 느끼게 되고, 서로의 상처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서로가 아픔을 토로하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더 상처를 악화시켰던 것임을 깨닫게 된다. 라킨 가족의 화해뿐 아니라, 미니프리드 선생님이 시를 통해 사랑을 하게 되었고, 라킨의 아빠가 시를 통해 슬픔을 달랬던 것을 보더라도 말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이 책에 나와 있는 내용 중에 말의 일생에 대해 표현한 구절이 기억에 남는다. “말도 일생이 있다는 거 아니? 입에서 나왔다 사라지기 전까지 음속으로 공기 중을 여행하는 자신들만의 아주 짧은 일생이 있단다”. 말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따뜻한 여행을 하게 될 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차디찬 여행을 하게 될 지는 그 말을 하는 사람에게 달려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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