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강의실에 찾아온 유학자들 - 공자에서 정약용까지, 대표 유학자 13인이 말하다
백민정 지음 / 사계절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유학하면 제사가 가장 먼저 생각나고 삼종지도 같은 여성을 탄압하는 말들이 먼저 생각난다. 즉 조선시대를 발전하지 못하게 했던 보수적인 지배 이데올로기이자 봉건적인 남성 중심주의의 기둥이 된 사상이라고만 생각된다. 그런데 저자에 따르면 이런 평가는 서양 문명의 도래한 뒤에 기존의 정신은 무조건 낡은 것, 그래서 버려야 할 대상으로 여기게 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공자가 새로 시작하고 맹자가 체계화하기 시작한 유학 사상이 동아시아 문명을 열등하게 만든 원흉으로 지목되고 만 것이라고 한다. 이는 그 때까지 동아시아를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지배해 온 사상이 바로 유학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늘날에는 유학에 대한 이러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하나의 통념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이것은 편견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이 글은 시작됐다고 한다. 어떤 것을 평가하거나 비판하려면 그 전에 정확한 이해가 필요할 텐데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래서 그는 공자 이래 유학의 역사에서 위대한 인물 13인-공자, 맹자, 순자, 장재와 정호.정이 형제, 주희, 왕수인, 이황, 이이, 이토 진사이, 오규 소라이, 정약용-을 선정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물론 이들 외에도 많은 탁월한 인물들이 있겠지만, 이들을 선정하게 된 것은 이들이 유학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유학사상을 살리려고 고군분투했던 인물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서양 문명에 젖어 그들의 이야기가 무척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그렇지만 최소한의 인내와 애정을 가지고 읽기를 부탁한다. 온고지신이라는 말이 있다. 옛것을 알고 새 것을 익히라는 말인데, 유학에 대해서는 그런 노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 아직도 공자의 제사를 지내는 유학이 전통이 남아있는 나라에서 유학에 대해 많이 알지 못했다는 것은 조금은 부끄러운 일일 것이다. 그저 공자의 사상 따로, 맹자의 사상 따로, 별개의 사상을 주창한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다들 공자가 주창한 유학 사상을 연구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 유학자로는 이이와 이황이 대표적인 인물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정약용 하면 실학자로 알고 있어서 유학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이 책은 일종의 종교적 예식을 배우는 학문이었다고 할 수 있는 유학을 인간에 대한 학문으로 바꾼 공자 이래 공자의 사상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새롭게 해석하고자 애썼던 유학자들의 사상을 알려준다. 특히 순자에 대해서는 성악설을 제창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은데 이것 또한 왜곡된 부분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렇듯 유학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고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을 조금은 수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세계 4대 성인 중의 한 사람이 공자의 사상이 대해 핵심적인 내용이나마 알 수 있어서 기뻤다. 과거 우리 역사를 봉건체제에 빠지는 한 사상이라는 이유로 유학을 배척만할 것이 아니라, 조선 500년 역사를 지배해 올 수 있는 사상이었던 만큼 그렇게 할 수 있는 힘이 원천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도 유쾌한 정신 여행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