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모니 브러더스 사계절 1318 문고 45
우오즈미 나오코 지음, 고향옥 옮김 / 사계절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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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엔 표지를 의미 있게 보지 않았다. 책을 읽고 나니 표지가 제대로 보였다. 뜨개질 하는 여자가 누나가 아니라 형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 이 책은 형이 게이인 히비키의 이야기다. 히비키의 형 유이치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공부에 몹시 짓눌린 히비키의 마음과 그토록 친해지고 싶지 않았던 친구 후토시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히비키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실력이 우수한 아이들만 다니는 명문 중학교에 들어간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자신이 공부를 참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중학교에 들어가 보니 그렇지 못했다. 자신은 죽어라 하고 열심히 공부하는데 공부 잘 하는 애들을 따라갈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히비키에게 부모의 기대는 아주 큰 짐이었다. 그나마 히비키에게 위안이 되는 것은 클럽 활동인 음악부에서의 음악 감상 시간이었다.

  그런 히비키 집에 가출한 지 7년 만에 형 유이치가 3주간 머물다 가겠다고 불쑥 찾아온다. 남자의 모습이 아니라 여자의 모습으로. 히비키의 부모들도 유이치가 여자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어지만 막상 그런 아들을 보니 이해도 안 되고 받아들이고 싶은 마음도 없지만 혈육이고 어차피 3주 뒤면 떠날 사람이기에 집에 머물게 한다. 그러면서도 히비키의 부모들은 유이치를 피한다. 히비키의 아버지는 퇴근을 늦게 하고 어머니는 형의 이야기는 듣지도 않고 자신의 말만 한다.

  히비키는 형과 워낙 나이 차가 많을 뿐 아니라 형이 가출한 뒤엔 한 번도 만나지 못했고, 비록 형이 여자의 모습으로 일을 한단 얘길 들었어도 크게 관심이 가지 않았지만, 막상 여장을 한 형을 보니까 무척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그런 형이 음악을 연주하고 세상의 소리를 모아 작곡을 한다니 달리 보였다.

  히비키에게는 후토시란 급우가 있다. 실제로는 친하지도 않는데 우연한 일로 반 친구들에게 단짝처럼 보여진다. 후토시는 히비키랑 친하게 지내려고 애쓰지만 히비키는 후토시의 작고 뚱뚱한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 후토시를 따돌린다.

  그런 후토시가 반 친구들에게 히비키의 형이 게이라는 것을 폭로하고 그 바람에 히비키는 후토시랑 싸우게 된다. 싸우면서 후토시는 그간 히비키가 자신을 멀리하고자 따돌리고 무시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외친다. 그 후로 후토시는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

  한편 형은 자신이 게이라는 알아본 남자들에 의해 심하게 매를 맞고 집에 돌아온다.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형의 비난과 한탄하는 소리를 듣고 히비키는 자신 또한 그런 잘못을 범했다는 것을 반성한다. 그리고는 후토시에게 사과를 한다.

  형이 집에서 떠나야 할 날이 거의 다가왔을 때 히비키의 형편없는 성적표가 집으로 배달되고 히비키는 부모에게 자신이 그동안 공부 때문에 억눌렸던 답답함과 부모의 자식들에 대한 이해 부족을 원망하는 말들을 쏟아낸다.

  형은 집을 떠나기 전에 들려줄 음악이 있다며 히비키에게 자신이 작곡한 노래를 들려준다. 자신의 집의 미래를 표현한 음악이라면서. 초반부는 슬프지만 후반부는 밝고 경쾌하게 끝나는 곡이다.

  그 노래처럼 히비키의 마음도, 유이치 형의 마음도 가족 모두가 이해해 주고 화합하는 날이 올 것이다. 히비키가 비록 여자의 모습을 했어도 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듯이, 그리고 후토시를 친구로 받아들였듯이, 그의 부모들도 히비키도, 유이치도 이해하고 사랑할 날이 분명이 올 것이다. 우리는 가족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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