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을 그린 화가, 에곤 실레
에스터 셀스던.지넷 츠빙겐베르거 지음, 이상미 옮김 / 한경arte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화가 하면 구스타프 클림트에곤 실레를 꼽을 수 있다. 내 생각에 클림트의 그림은 화려한 금빛이 들어간 것이 많아서 아름답게 보여 많은 이의 사랑을 받는 것 같다. 그런데 에곤 실레는? 나는 처음 에곤 실레의 그림을 봤을 때는 이 책 서두에서 말한 화가 오스카 코코슈카가 그랬듯이 포르노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에곤 실레에 대한 미디어아트 전시회를 통해 그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니 그의 작품이 달리 보였다.

게다가 지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있는 레오폴트미술관의 소장작품 전시회를 하며, 그 덕에 클림트와 실레의 작품이 많이 온다고 하여, 에곤 실레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 <욕망을 그린 화가, 에곤 실레>를 보게 됐다.



해외의 이름난 화가 중에 실레처럼 인체를 노골적으로 묘사한 작품을 그린 화가는 없는 것 같다. 실레가 서른 살도 안되어 사망했기에 작품이 별로 없는 줄 알았는데,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한 시기부터 죽을 때까지 10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에 334점의 유화와 2,503점의 드로잉을 남겼다고 한다. 그중에는 인물화뿐 아니라 정물화와 풍경화도 있어 그의 또 다른 점을 본 것 같다.



그의 불행한 가정사와 인간의 나체를 주로 그렸고, 자신의 자화상을 혐오스러운 모습으로 표현한 것 때문에 그의 화가로서의 활동 반경이 굉장히 좁았으리라 생각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그는 17세에 당시 빈의 유명 인사였던 클림트의 눈에 들어 그로부터 아낌없는 지원을 받았으며, 기존의 역사적 장면을 과장되게 표현하던 주류 화풍과 궤를 달리하는 화가들과 신예술가그룹을 결성해 활동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이 책은 그가 당시로서는 금기시되었던 인간의 몸을 적나라하게 그림으로써 인간의 욕망을, 특히 여성의 욕망을 억압하던 시대를 비판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실 에곤 실레의 작품은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이 책을 통해 처음 보는 것들이라 아주 노골적인 표현 때문에 놀라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 뒤표지에 지크문트 프로이트가 여성에게 코르셋과 불룩한 드레스를 입히고 미래의 어머니로서의 역할만을 강조하는 빈 상류사회의 억압된 쾌락 욕구 원칙을 폭로했다면, 실레는 모델들의 몸을 적나라헤게 드러냄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의 섹슈얼리티를 마주하게 만든다라고 표현되어 있듯이 그의 작품의 의미를 그런 관점에서 보면 될 것 같다.

아무튼 <욕망을 그린 화가, 에곤 실레>는 실레만의 화풍과 그가 주로 그린 대상 덕분에 한 번 보면 잊혀지지 않는 실레와 그의 작품들을 알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